“한국은 소멸 위기인데”…대통령이 “그만 낳자” 호소한 이나라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와 반대로 이집트는 엄청난 출산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가 경제 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인구가 늘어나자 대통령까지 “그만 낳자”고 호소하고 나섰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미들 이스트 모니터 등에 따르면, 압둘파타흐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열린 내각 회의에서 인구 증가에 대한 우려를 보이며 '산아 제한' 정책 시행을 거듭 촉구했다.

국제연합(U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집트는 현재 인구가 1960년보다 거의 4배 가까이 늘어나 1억명을 훌쩍 넘어섰다. 만약 이를 억제하지 않으면 2050년, 현재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이 나온다.

엘 시시 대통령은 “출산은 자유의 문제라는 것은 맞지만, 이를 규제하지 않으면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구 과잉 문제로 국가가 직면한 문제의 정도를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교육과 의료에 쓸 정부 예산을 지금처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집트 역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가 닥치게 될 것이고, 대가를 치르는 것은 사회 전체다”라고 강조했다.

이집트는 여성 1명당 약 2.85명의 아이를 낳고 있다. 엘 시시 대통령이 2014년 집권 후 “둘이면 충분하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산아 제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치인 2.11명을 크게 웃돈다.

2008년부터 꾸준히 인구가 증가해 2020년 인구 1억명을 돌파한 이집트는 급격한 인구 증가로 각종 경제 문제를 겪고 있다. 빈곤율(전체 인구 대비 중위소득 50% 미만 인구)은 2015년 27.8%에서 2020년 31.9%로 증가했으며, 실업률도 7%대에 육박한다.

이에 이집트 정부는 빈곤층을 달래기 위해 공공 지원금을 뿌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긴급 식료품 지원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인구는 약 7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