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 7대 콘텐츠 강국입니다. 콘텐츠 시장도 5G로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네트워크 사용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알보르대 교수는 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GSMA M360 아시아태평양 콘퍼런스에서 “한국은 한국이 구축한 초고속망 위에 한국의 기기를 통해 한국 콘텐츠를 배포한다”며 K콘텐츠·한류의 성공요인이 한국 초고속망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한국 고속망 덕분에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가 더 많은 광고를 보여줄 수 있었고 더 많은 가입자를 모을 수 있었기에 기록적인 수익을 누렸다는 게 레이튼 교수 지적이다.
인터넷 트래픽은 지난 10년 동안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에 따라 트래픽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한국 5G 기술은 세계 1위로 가입자는 3200만명 이상이다. 콘텐츠 산업도 성장해 인터넷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했다. 유저당 이용률이 10년 전 대비 15배 이상 늘었다. 국내 통신 사업자는 고정·모바일 네트워크 인프라에 연평균 57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이상학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부회장은 “트래픽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통신 사업자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인터넷망 이용 시 그에 상응하는 이용료(망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데이터트래픽 다수를 차지하는 구글·넷플릭스 등 소수 사업자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망 이용대가를 거부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는 비용 문제로 투자를 방치하는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리사 퍼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ETNO) 사무총장은 망 이용대가 문제 해결을 위해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유럽, 영국, 미국 모두 서로 다른 시장 구조와 상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책이 현지 상황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퍼 사무총장은 “한국과 유럽 통신사업자가 함께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공유·발전시켜나가길 바란다”며 “망 투자에 대한 공정한 기여에 관해 한국과 유럽이 의견을 공유하면서도 각 국가에 적합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총 437개 글로벌 의견수렴 결과를 토대로 망 공정기여 정책방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주요 CP가 통신사에 망을 이용한 트래픽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납부하도록 해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조치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세계 주요국이 인프라 산업과 콘텐츠 중요성을 동시에 인식하면서 양측 간 갈등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한국도 (망 사용료) 관련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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