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우주전파 수신기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한석태 위드웨이브 부사장(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한국전자파학회 감사)sthan@with-wave.com
한석태 위드웨이브 부사장(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한국전자파학회 감사)sthan@with-wave.com

누구나 한번쯤 밤하늘을 쳐다보며 우주 탄생에 대한 궁금증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순간에도 천문학자들은 우주에 대한 근원적 의문에 과학으로 답하기 위해 끝없이 연구 중이다. 우주를 연구하는 다양한 방법 중 우주에서 발생되는 전파를 전파망원경으로 수신해 우주의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가 전파천문학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캠퍼스에 직경 14m 전파망원경이 건설된 1986년 5월부터 우리나라 전파천문학 역사는 시작됐다. 전파망원경 시스템은 전파망원경을 포함한 우주전파 수신기와 신호처리기로 구성된다.

필자는 입사 이듬해 우주전파 수신기 연구를 위해 미국 메사츄세츠대 천체물리학과로 떠났다. 대학에서 다양한 우주전파 수신기를 자체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새로운 전파천문학을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척 놀라웠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밀리미터파(30~300㎓)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할 때인데, 이곳은 이미 230㎓ 대역 수신기를 개발하고 있었다.

수신기 자체 개발은 물론 이를 활용한 독창적 전파천문학 연구를 위해 독자적 설계와 제작의 절실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1989년 연구원으로 복귀하자마자 43㎓ 대역 우주전파 수신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첫 시도였지만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수신기였다. 1990년대 초전도체 소자를 이용한 밀리미터파 대역 우주전파 수신기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개발돼 실제 관측에 활용되고 있었다.

노력 끝에 초전도체 소자를 사용한 100㎓ 대역 우주전파 수신기도 미국, 유럽과 일본에 이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1998년에 초전도체 소자를 이용한 100㎓ 대역과 150㎓ 대역 우주전파를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수신기도 성공적으로 자체 개발해 전파천문학 연구에 활용됐다.

연세대, 울산대, 탐라대 캠퍼스에 각각 직경 21m 전파망원경을 건설하고, 한 개의 네트워크망으로 형성시켜 보다 세밀한 정밀도로 우주를 관측하는 이른바 한국우주전파관측망 건설 프로젝트가 2002년 시작됐다. 9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2011년 5월에 4개 채널(22㎓, 43㎓, 86㎓, 129㎓)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해당 수신시스템을 활용한 독창적인 전파천문학 연구 결과는 국내외 천문학자로부터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그 결과 2015년 스페인과 호주 전파천문학자로부터 각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전파망원경에 쉽게 설치될 수 있는 소형화된 수신시스템 개발을 제안받았다. 이를 위해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1년간 체류하며 JPL과 공동 연구를 통해 3년 만인 2018년 초소형 3채널(22㎓, 43㎓, 86㎓) 수신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태리 국립 천체물리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3기의 전파망원경에 설치하고자 3대 초소형 3채널 수신시스템 제작을 의뢰받았다. 2020년 국제입찰을 통해 수주하고 성공적으로 자체 개발해 2022년 8월 수출했다. 독일과 핀란드에서도 자국이 보유한 전파망원경에 설치하고자 본 수신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과 스페인이 보유한 전파망원경에도 우리가 개발·제공한 수신기의 광학 회로가 설치돼 관측에 활용되고 있다. 해당 수신시스템은 국내외 전파천문학계에 새로운 관측연구 수단을 제공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 관측표준기법으로 채택돼 각 나라에서 널리 사용 중이다. 이제 우리나라 우주전파 수신기 제작 기술은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세계 전파천문학계 중심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석태 위드웨이브 부사장(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한국전자파학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