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금방인데”… 김정은, 20시간 걸리는 '방탄열차' 타고 러 도착

'평양-블라디보스토크' 비행기 1시간 거리
김정은, 시속 60km 전용 열차 선택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연방을 방문하기위해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연방을 방문하기위해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4년 만에 해외순방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전용 장갑(방탄) 열차에 몸을 실었다.

11일 조선중앙통신(KCNA)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 초청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북·러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김 위원장의 방러 소식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열차의 이름은 '태양호'. 고(故) 김일성 전 국가주석을 상징적으로 지칭하는 이름이다. 김일성에 이어 아들인 고(故)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이어받았고, 이후 김정은까지 3대가 이 열차를 이용했다. 특히 김정일은 비행 공포증이 있어 이 열차를 애용했다.

태양호는 응급의료시설과 위성 통신까지 갖춘 '달리는 무장요새'다. 최고지도자 보호를 위한 방탄 기능과 박격포 등 무장을 갖추고 있으며, 노래방, 영화관 등 오락시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북한 관영매체에 공개된 사진을 통해 전문가들이 짐작한 내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북한 국영 고려항공이 제공하는 몇 안되는 노선 중 하나로, 비행시간이 약 1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 2019년 4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때와 마찬가지로 전용 열차를 선택했다. 북한의 항공기가 노후해 열차가 더 안전하고 편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는 기차로 1179km 거리를 시속 약 60km의 느린 속도로 이동하게 된다. 최소 20시간이 걸린다. 먼저 북한과 러시아의 접경지인 하산까지 약 14시간을 달리고 하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추가로 약 6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한편, 러시아 매체 베스티 프리모리예는 김 위원장이 탑승한 기차가 12일 오전 북러 접경지인 하산역을 지나 우수리스크로 향했다고 전했다.

일본 민영방송 TBS가 주도하는 뉴스네트워크 JNN은 러시아 지역 당국자를 인용해 하산역에서 김 위원장을 환영하는 행사도 열렸다고 보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