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송출 수수료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송출 수수료 문제에 따른 홈쇼핑 '블랙 아웃'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방송 채널에 편성된 대가로 유료방송 사업자에 지급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앞서 현대홈쇼핑과 CJ온스타일은 LG헬로비전에,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TV에 방송 송출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 위성방송으로도 확전되는 양상이다. 현대홈쇼핑은 KT스카이라이프에 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 종료를 통보했다. 동시에 채널 종료를 위한 시청자 고지도 시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올해 재계약을 맺은 홈쇼핑업체가 극히 드문 만큼, 송출수수료 협상 불발 사태는 IPTV 등을 포함한 유료방송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 법인이 낸 송출수수료는 1조9065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보다 33.3% 증가한 수치다. 홈쇼핑이 방송 판매로 거둔 판매수수료 수익의 65.7%에 달한다.
홈쇼핑사들은 시장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는데 송출수수료 부담은 매년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롯데홈쇼핑은 근속연수 5년과 45세 이상 직원 중 신청 인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다. 조건은 24개월 치 급여와 재취업 지원 및 학자금 지원을 별도로 제공한다. 롯데홈쇼핑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310억원,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각각 15.2%와 92.8% 감소했다.
상반기 주요 홈쇼핑 업체 4개사 영업이익 총합은 지난해 같은 기간 2115억원 대비 40%가량 감소한 1269억원이다.
홈쇼핑은 유료방송 사업자를 대상으로 송출 수수료를 내려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매출이 떨어진 만큼 수수료도 인하해야 한다는 논리다.
송출수수료를 받아야 하는 IPTV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측에서는 매출 감소를 단순히 볼 수 있는 지표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모바일 구매 상당부분이 TV홈쇼핑에서 유입된 것인데 이를 제대로 반영해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이 상품 진열대 역할을 하고 구매는 모바일을 통해서 하는 것으로, 구매방식이 달라진 것이지 TV홈쇼핑 역할이 감소한 것이 아니다”며 “홈쇼핑사 역시도 구매가 편하고 다양한 프로모션이 가능한 모바일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할인혜택 등을 집중해 모바일 구매를 유도해 온지 오래”라고 말했다.
모바일 매출 데이터 공개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홈쇼핑 측은 순수 모바일 구매자와 TV홈쇼핑을 보고 구매한 것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지만 일정 정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유료방송 측은 데이터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미반영 분이 많다고 강조한다. 상품코드를 통해 모바일과 TV 및 TV 유입 매출을 구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가장 큰 문제는 시청자에게 피해가 전가된다는 것이다. 블랙아웃이 시청자를 볼모로 삼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사업자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중재에 나섰다. 조만간 홈쇼핑과 유료방송사업자간 계약 공정성을 따지는 대가검증협의체를 열 예정이다. 아울러 예고된 블랙아웃 사태를 메이저리그(MLB) 방식으로 해결할 방침이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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