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고된 블랙아웃 사태를 메이저리그(MLB) 방식으로 해결한다. 홈쇼핑 업계와 유료방송 사업자 간 TV 송출 수수료 갈등이 방송 송출 중단 상황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두 업계는 이 방식 유불리 여부를 놓고 주판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IPTV, 홈쇼핑 사업자 등에 송출 중단 고지 시 미국 프로야구 MLB 중재 방식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과기정통부식 분쟁 중재 방법은 정부가 특정한 인상률을 중재안으로 제시하는 대신 양사가 제안한 인상률 중에 보다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1개사의 제안을 분쟁중재위원회에서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와 미국 프로야구에서 연봉조정을 위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양측 중재위원의 선택을 받을 만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게 하고 당사자 간 의견 차이를 좁혀 합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과기정통부는 시청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이같은 방식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홈쇼핑 사업자가 협상 카드로 내건 송출 중단 통보는 시청자를 볼모로 삼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시청자 보호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이같은 분쟁 조정 방식을 제안했다”며 “과거 CJ ENM과 딜라이브가 해당 방식으로 분쟁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그 방식을 안 쓸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MLB 연봉조정위원회 방식으로 강제성이 생겨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로선 해당 중재 분쟁 관련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상대 협상안을 받아야 하는 리스크를 안아야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협상할 수 있다는 과기정통부 의도가 실효성을 얻으려면 법적 근거를 우선 만드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MLB 방식은 합리적이나 분쟁중재위원회 구성, 자료 제출 등에 전문성을 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용희 동국대 교수는 “MLB 방식은 분쟁중재위원회 전문가의 공정성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며 “양 사업자도 분쟁중재위원회가 비교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전했다.
업계는 해당 중재안에 대해 아직 저울질 중이다. 해당 방식이 '모 아니면 도'라는 인식과 함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 중재안은 협상의 기술 정도이지 근본적으로 유료방송 산업 변화를 반영할 수 없다”며 “홈쇼핑 송출료, 소비자 측면에서 유료방송 수신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광고료, PP콘텐츠요금 등 전체 재원 측면에서 버드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분쟁조정위원회와 함께 대가검증협의체도 병행할 방침이다. 쇼핑 사업자와 유료방송 사업자 등은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재로 '홈쇼핑 방송 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도출하고 상호 협의로 수수료 산정 기준을 결정하기로 했다.
개정 가이드라인에서는 사업자 간 자율협상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송출수수료 협상 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를 제시했다.
당시 양측간 합의가 되지 않거나 사업자 한쪽이 협의 종료 의사를 밝히면 계약과 관련한 갈등 해결 기구인 '대가검증협의체'를 운영하기로도 합의했다. 이에 따르면 기본협상기간(5개월)과 추가 협상기간(3개월) 이후에도 합의되지 않거나 사업자 중 일방이 협의종료 의사를 밝히면 대가검증협의체가 자동으로 열린다. 기존에는 사업자 요청이 있거나 과기정통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운영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분쟁조정위원회와 달리 대가검증협의체는 송출수수료 수준을 정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니다”며 “협상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었는지를 살피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