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유럽 시장에서 르노·푸조·폭스바겐과 경쟁을 펼칠 현지 전략형 소형 전기차를 2025년께 내놓는다. 현대차·기아는 그동안 유럽에서 i20, 씨드 등 여러 전용 모델을 선보였지만, 전용 전기차 개발은 처음이다. 전기차 생산은 기아의 유럽 전략 교두보인 슬로바키아 공장이 맡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유럽 전용 전기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의 개발 및 양산 일정을 수립했다. 지난해 처음 상품 기획에 착수한 데 이어 올 연말까지 디자인과 스펙 등을 확정한다. 내년 중 시작차(프로토타입 차량)를 만들고 품질 테스트 등을 거쳐 2025년 유럽에 출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신차 생산은 슬로바키아에 자리한 기아의 유럽 내 핵심 생산 거점인 질리나 공장(오토랜드 슬로바키아)이 전담한다. 이 공장은 192만㎡(약 58만평) 규모에 연간 33만대 생산능력을 갖췄다. 신차 생산 목표는 연간 10만대 안팎으로 잡았다.
기아는 신차 개발 콘셉트를 '엔트리 전기 CUV'로 정했다. 도심 주행에 최적화한 크기에 활용도 높은 실내 공간을 갖춘다. 유럽 내 목표 타깃은 첫차를 구매하려는 20~30대, 세컨드카가 필요한 50대다.
신차는 기아가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프로젝트명 SV(EV4)나 CT(EV3)와는 별개로 유럽 소비자를 겨냥한 모델이다. 작은 차체와 합리적 가격을 선호하는 현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전장은 이들 차에 비해 200~300㎜ 짧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신차의 직접 경쟁 모델을 유럽에서 연간 10만대 이상 팔리는 현지 인기 전기차인 르노 조에로 삼았다. 푸조가 시판 중인 e-208, 폭스바겐이 개발 중인 ID.LIFE 등 소형 전기차와도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신차는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차세대 승용 전기차 플랫폼 eS에 들어가는 전동화 시스템을 일부 공유한다. 배터리는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본형에 리튬인산철(LFP), 항속형에 니켈·코발트·망간(NCM)를 차별화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출 전망이다. 차량 가격은 3만 유로(4300만원대)대로 예상된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