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가 이부진 사장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한옥호텔' 공사를 내달 재개할 전망이다. 지난 2021년 하반기 공사를 전면 중단한 후 2년 만이다. 하늘길이 열리면서 호텔·면세 사업이 활기를 되찾은 만큼 역점 사업 추진에 다시 불을 붙이는 모습이다.
13일 서울 중구청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오는 10월 중 한옥호텔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의견서를 중구청에 제출한 상태다. 앞서 중구청이 실시한 장기 미사용 승인 건축물 점검에 대한 답변이다.
건축법 상 지방자치단체는 건축허가를 내준 날로부터 2년 이내에 공사에 착수하지 않거나 공사 중단으로 기간 내 완공이 불가능한 경우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 당초 호텔신라가 예정한 공사 완공 기간은 내년 5월이다. 중구청은 약 2년 간 중단된 한옥호텔 공사 재개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호텔신라에서 10월 중 공사를 재개한다고 답해 기다리고 있다”며 “건축허가 문제는 공사 재개 여부 등 향후 진행 상황을 종합 검토해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옥호텔 조성 사업은 지난 2010년 취임한 이부진 사장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약 3000억원을 투입해 장충동 신라호텔 정문과 신라면세점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층 규모 전통 한옥호텔을 짓겠다는 것이 골자다. 여러 번의 사업 계획 변경 끝에 지난 2019년 건축 허가를 받고 이듬해 착공했지만 부지 내 다량의 유구(건물의 자취)가 발견되면서 공사를 멈추고 문화재 조사를 실시했다.
호텔신라는 지난 2020년 10월 호텔 부지 공사를 잠정 중단한 이후에도 주차장·도로 등 주변 시설 공사를 이어왔다. 이후 코로나 장기화로 공사 재개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지난 2021년 하반기 모든 공사를 멈췄다.
공사 재개 시 필요한 행정적 절차는 대부분 해결된 상태다. 발목을 잡았던 문화재 조사는 지난 2020년 1월 시작해 2021년 6월까지 진행됐다. 전체 면적(1만6569㎡)의 약 82%까지 조사를 마친 상태다. 나머지 18% 부지는 현재 신라면세점 서울점에 해당하는 구역으로 알려졌다. 조사가 완료된 1만3614㎡의 부지는 착공이 가능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추후 미조사 구간에 대한 사업 계획이 다시 발생하면 발굴 허가를 득하고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텔신라가 한옥호텔 공사를 재개하는 배경에는 상반기 호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 상반기 영업이익은 1018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74.4% 증가했다. 면세(TR) 부문에서 중국 다이궁(보따리상)에게 지급하는 송객 수수료를 줄이는 등 수익성을 개선한 결과다.
향후 사업 전망도 밝다. 하늘길이 열리면서 호텔과 면세(TR) 사업 모두 본격적인 '리오프닝'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TR 사업은 중국 정부가 방한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사업 기간 10년이 보장된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도 따내는 등 손님 맞이 준비에 분주하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공사재개 여부는 공시사항으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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