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AI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학습 지원'이라는 점에서 학교와 교사, 학부모의 기대가 크다.
그동안 학교 교육은 성적이 좋거나 나쁜 학생, 특정 영역 학업 성취도가 뛰어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구분 없이 획일적으로 진행됐다. 모두에게 똑같은 수업이 제공되는 탓에 상위권 학생은 학교 교육에 흥미를 잃고 하위권 학생은 수업을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이를 보완할 시스템이나 인력, 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수십년 간 같은 문제가 지속됐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AI 디지털교과서는 AI 튜터가 학생별 학습 현황, 학업 성취도, 흥미 영역 등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 학습 경로와 콘텐츠를 제시한다. 학생 학습 수준에 맞는 개별화 학습을 지원하는 것은 이미 민간 에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민간 기술 도입을 통해 공교육에서도 한 단계 앞서가는 교육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민간 기술 도입을 최우선으로 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 행보와도 일치한다.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 발행사, 에듀테크 기업 등과 여러 차례 간담회를 가졌다. 개발 기간이 촉박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AI 디지털교과서 개발 기간을 내년 5월에서 8월로 3개월 늘렸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 교과서 개발과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획득을 위한 지원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교육업계 우려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비즈니스 모델의 불명확성이다.
AI 디지털교과서의 의미는 단순히 교육 품질 향상이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기존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콘텐츠 제작사까지 수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시장 검증을 통해 해외 교육 시장으로 진출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AI 디지털교과서에 어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할지, 향후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로 커질지 현재로선 예측이 어렵다. SaaS 서비스 제공에 따른 연간 구독료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참여 기업은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에 얼마를 투자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SaaS도 결국 소프트웨어(SW)이기 때문에 개발비를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서 품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장 예측이 어렵다 보니 기존 서책 발행사와 에듀테크 기업간 컨소시엄을 맺는 것도 쉽지 않다. 개발비 분담, 이익 공유 방식 등을 논의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를 줄이고 AI 디지털교과서가 성공을 거두려면 단계적 발전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 제시는 물론 콘텐츠 품질 향상 방안, 기존 서책의 틀을 벗어나 민간 자율성을 살린 진정한 AI 디지털교과서로 가기 위한 계획과 방향을 담아야 한다.
3년·5년·10년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기술·서비스 완성도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눠 진행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교육 업계와 지속적 논의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안호천 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