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벤처·창업 생태계에 위기 신호가 감지된다. 올해 상반기 창업기업이 전년 동기대비 6.5% 감소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19.6%나 급감했다. 특히 기술기반 창업기업이 상반기까지 3년 연속 감소했다. 경기 불황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규제 개선과 맞춤형 지원 확대 등을 통해 핵심 기술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4일 발표한 '2023 상반기 창업기업동향'에 따르면 상반기 창업기업은 65만504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69만5891개 대비 6.5%(4만5387개) 감소했다. 2020년 상반기 80만9599개에 비해선 19.6%(15만9095개) 줄었다.
중기부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가 지속이 창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업 창업기업이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하락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47.3%(6만1616개) 감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술기반 창업 기업 감소는 더 우려스럽다. 상반기 제조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정보통신업 등 기술기반 기업 창업 수는 11만5735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5554개) 감소했다. 2021년 12만2444개에서 지난해 12만1289개, 올해 11만5735개로 3년 연속 감소세다. 기술기반 창업 감소는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이 2조20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9% 감소하는 등 고금리와 경기부진 여파로 풀이된다.
업계는 기술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순 투자를 넘어 기업 성장을 함께 이끌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역할 확대 등 투자 생태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적극적인 규제개선으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맞춤형 지원으로 성장을 돕는 것도 필요하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미국의 경우 기술 분야별로 전문 벤처캐피털(VC)이 존재하고 대학 교수, 연구원 등이 기술만 가지고 창업해도 성장하는 체계가 마련됐다”면서 “우리도 VC와 액셀러레이터가 기술창업 기업의 성장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라는 특수성이 자금 조달 시장에서 반영이 되지 않는 점도 창업·벤처 생태계 활성화 걸림돌로 지적된다.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으려면 법인의 최근 3년 간 매출 평균이 중요한데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가 자금 조달을 가로막는 상황”이라면서 “기술기반 기업이 신규 대출을 받아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당국의 전향적인 검토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