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그동안 제기돼온 다양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좀 더 폭넓게 설계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시범사업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의료계와 약계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우려를 제대로 고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14일 서울 마포가든호텔에서 개최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공청회'에서는 이같이 의견이 다수 나왔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기간 동안 접수된 다양한 민원을 공개했다. 시범사업에 대해 의료 현장에서는 제도 형해화에 대한 우려가 다수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섬·벽지 거주자에 대해서만 비대면 초진이 가능한데 실제로는 거주지에 큰 차이가 없어도 대상 여부가 달라져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한 문제가 발생했다.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라도 섬·벽지가 아니어서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다.
야간·휴일에 대부분 의료기관이 문을 닫다보니 재진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없어 사실상 비대면 진료가 원천 봉쇄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기타 질환의 경우 30일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어야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아니더라도 장기 복용이 필요한 사례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애선 한국원격의료학회 실무위원장은 “병원급 재진환자가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장기 재활이 필요하거나 1년 이상 추적 관찰이 필요한 암 환자 등의 사례가 있는 만큼 허용할 수 있는 범위를 좀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학회 내에서 제기됐다”며 “앞으로 재택 의료, 원격 모니터링, 디지털치료기기 등으로 확대될 여지가 있는 만큼 제도가 장애가 되지 않도록 유연한 설계가 필요해보인다”고 조언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재진 기준이 너무 엄격해서 시범사업으로 실효성을 얻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안전성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제외하고 더 많은 경우를 테스트해보면서 문제점을 발굴 ·개선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제언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 입장에서는 초진 포함 여부보다는 약 배송이 불가능하고 병원급이 제외된 것이 상당히 불편하다”며 “어렵게 마련된 시범사업이 초진 논쟁으로 묻히지 않고 반드시 입법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시범사업의 목적을 충족하려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설계해 추적 관찰하는 것이 필요한데 현재 이에 대한 근거창출이 부족해보인다”며 “의료계와 약계가 적극적으로 우려 사안에 대한 근거창출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월과 7월 두 달 동안 시범사업을 실시한 결과 2020년 2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시행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대비 월 평균건수는 62~69%(6월 15만3339건, 7월 13만8287건)로 줄어들었다. 이용자수도 63~70% 수준(6월 14만373명, 7월 12만7360명)으로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16.8~17.3%로 가장 많이 이용했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 당시에도 50~50대가 많이 이용한 것과 비슷했다. 50대가 15%대, 0~9세가 12~13%대로 뒤를 이었다.
질환 기준으로는 고혈압 등 만성질환(21~22%)과 호흡기 질환(9%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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