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이 1년 내내 기업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상법 개정 시도는 수년 전부터 있었지만 올해처럼 16개 기업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여 입법 저지를 호소한 것은 드문 일이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의무 대상을 '모든 주주'로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에서 이사가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할 대상을 '회사'로 규정한 데 비해 광범위하다.
과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 이익이 훼손됐다는 논란이 컸다. 앞으로 이런 문제를 방지하고 밸류업 효과를 도모하겠다는 게 개정안의 목적이다.
그러나 아직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업이나 사업 판단에 따라 대규모 증자 등을 결정해야 하는 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소액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 장치를 마련하는 등 세밀한 전략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법 개정'이라는 성과만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맞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내외 상법 전문가들은 수차례 개정안을 분석하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여러 전문가 목소리를 종합할 때 대다수가 개정안에 대해 우려한다. 코스닥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도 상법 개정안 취지에 반대하고 있으니 밸류업 효과에 대한 의문도 지우기 어렵다.
29일 민주당과 경제계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고 한다. 민주당도 기업의 우려 충실이 들었으면 한다. 재계도 자기 주장에 설득력을 얻기위해 소액주주 보호와 사회적 책임에서 진일보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소액주주 이익 보호 방안을 구체화해야, 상법 개정 반대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