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생명윤리법을 위반해 암·치매·파킨슨병 등을 포함한 소비자직접의뢰(Direct To Consumer, DTC) 유전자 검사 사업을 하던 해외 기업이 정부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국내법에 허용된 100여개 항목을 넘어 500개 이상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전자신문 보도 이후 서클DNA(CircleDNA)에 공문을 보내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DTC 키트와 유전자 분석 사업이 법 위반임을 고지하고, 사업 철수를 요청했다. 복지부는 서클DNA 본사가 있는 주홍콩 대한민국 총영사관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본지 9월 11일자 1면 참조〉
서클DNA는 이후 네이버에서 검색되던 홈페이지 검색 링크를 모두 내렸다. 서클DNA의 DTC 키트를 협업해 판매하던 위타민은 이미 국내에 들여온 키트 재고 소진 이후 판매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정부가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국내 DTC 시장을 선점하려던 글로벌 기업 불법 진출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앞서 복지부는 다른 해외사업자인 23앤드미의 국내 DTC 유전자 검사 판매도 법 위반이라며 제재한 바 있다. 23앤드미 역시 국내 사업을 벌이다 한국인 유전자 분석 사업은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DTC 유전자 검사는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유전자 검사기관을 통해 질병 예방과 관련해 받을 수 있는 검사다. 국내 사업자는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아 사업한다. 복지부는 DTC 유전자 검사 기관의 △검사 정확도 △검사 항목 적절성 △광고 및 검사 결과 전달 △개인정보 보호 등을 평가해 인증을 부여한다. 인증받은 기관만 국내에서 사업을 할 수 있으며, DTC 유전자 검사 항목으로 허용된 100여개만 소비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
복지부는 DTC 유전자 검사 항목 수를 2022년 12월 70개에서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 4월 81개, 6월 101개, 9월에는 129개로 확대했다. 분기마다 평균 20개~30개 항목을 추가하고 있어 연말에는 150여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검사 기관이 검사항목을 추가해 변경 인증을 요청하면, 이를 매 분기 검토해 항목을 추가하고 있다”면서 “연말에는 150~160개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선 아직 유방암·대장암·간암 등 주요 질병과 치매·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을 DTC로는 확인할 수 없다. 이런 항목을 파악하려면 국내에선 병원을 방문해 의사 판단하에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정밀 의료를 위해 DTC 항목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부는 향후 이런 항목들도 검토해 나가겠단 입장이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