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대한민국을 공포에 빠뜨린 동기없는 살인이 급증하던 시절, 최초의 프로파일러가 연쇄살인범들과 위험한 대화를 시작한다. 악의 정점에 선 이들의 마음 속을 치열하게 들여봐야만 했던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원작은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전 경정의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다. 이 책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와 범인의 검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를 권일용과 논픽션 작가 고나무가 공동으로 집필했다.
권일용 전 경정은 순경 공채 형사기동대 형사로 경찰 생활을 시작해 '프로파일링'이라는 말조차 생경하던 시대에 국내 첫 프로파일러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범죄심리분석의 불모지와 같던 한국에서 범죄자들과 직접 부딪치며 그들의 심리를 철저히 연구해 프로파일링의 기반을 닦아놓는 한편, 경찰청 프로파일링 팀인 범죄행동분석팀의 창설에도 깊게 관여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순경 권일용이 한국 최초의 프로파일러가 되고 그의 프로파일링 팀이 탄생하는 과정과, 그들이 사건 현장에서 기존의 관습과 고정관념을 딛고 수사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프로파일러가 범인과 벌이는 치열한 심리 싸움, 낯선 수사 기법을 불신하는 현장의 분위기에 맞서 끝내 자신의 프로파일링을 관철하는 극적인 장면은 물론, 참혹한 범죄와 맞닿아 있는 삶을 살아야만 하는 고뇌 등이 빠른 호흡으로 펼쳐진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소재가 되는 프로파일링은 어떤 개인의 심리적, 행동적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특정 상황이나 영역에서의 행동을 예상하는 것을 가리킨다. 또한 사회인구학적 특성을 포함한 여러 변수에 의해 특정한 하위 그룹으로 분류하는 것을 가리킨다.
프로파일링은 여러 분야나 상황에서 의도적, 비의도적으로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 마케팅에서는 프로파일링을 통해 특정 소비자 계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도 한다. 보험회사에서 보험가입자의 특성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적으로 책정하는데도 프로파일링이 사용된다. 경찰의 불심검문에서 특정 계층이나 성별이 집중적으로 검문의 대상이 된다면, 이 역시 프로파일링이 개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고급 매장의 직원이 남루한 행색의 고객은 홀대하고, 화려한 옷차림의 고객은 친절하게 대한다면, 이 역시 프로파일링이 작용한 것이다. 과거에 시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시위가 예상되는 지역을 지나가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을 무조건 불법 연행한 것 역시 프로파일링을 잘못 활용한 예로 볼 수 있다.
특히, 범죄자 프로파일링은 심리학, 사회학, 범죄학 등을 이용하여 범죄자의 심리 및 행동 등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범인상(像) 추정, 범죄유형 분류, 피의자 신문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과학적 수사 기법을 말한다.
강력범죄가 급증하고, 증거를 남기지 않는 지능형 흉악범이 많아지면서 프로파일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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