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발전은 인류 미래 뿐만 아니라 국가·기업 경영에도 중요하다. 우리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산림, 광물, 화석연료 등 자연을 착취하며 성장했다. 그 결과, 자연재해, 전염병, 기후온난화를 야기했다. 공동체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 소비하고 반복한다. 그런데 현대는 많이 생산해도 필요없으면 사지 않는다. 저렴하다고 사지 않는다. 품질이 좋다고 사는 것도 아니다. 기업이 도덕적이라고 사지 않는다. 결국 기업은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로 고용을 대체한다. 신입직원 대신 경력직을 선호한다. 가르칠 시간이 없고 갖춰진 인재를 쓰고 버린다. 직원도 회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실적이 줄면서 위기가 온다. 기존 재생산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산업화로 이룬 것을 정보화로 버텼다. 성장이 정체되면 빈부격차가 도드라진다. 평등이 중시되는 나라에선 견디기 힘들다. 자존감을 높이고 열등감을 감추는 상품이 인기다. 비싼 스마트폰, 스포츠카, 명품 등이 그것이다. 명품업체는 우량 고객 위주에서 벗어나 한두 개의 명품으로 자존감을 높이려는 고객층을 끌어들인다. 값을 올리면 조금 더 쌀 때 사려고 고객이 몰린다.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 나를 바꾸기도 한다. 성형수술, 미용 산업이 그것이다. SNS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어야 인기다. 빈부격차를 품은 갈등은 재난, 범죄, 이념 등 이슈를 앞세워 정치 쟁점이 되어 거리로 나선다. 재생산시스템에 위기를 가져오는 또 다른 이유다.
산업, 교육, 인구정책과 사법시스템도 위기다. 해결되지 않는 이슈는 국회로 몰리지만 논란만 키운다. 성과없는 재생산시스템을 유지하는 낡은 생태계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은 예산을 대폭 투입해도 효과가 없다. 낡은 규제에 몰두해서다. 예를 들어, 홈쇼핑 시장은 모바일로 중심이 옮겨갔지만 TV 플랫폼 중심의 낡은 규제를 이어간다. 채널편성, 송출수수료, 생방송, 화면크기, 중소기업상품 쿼터 등이 그것이다. 공무원도 힘들고 시장도 힘들다. 국민도 탈진하고 있다. 취업, 결혼, 출산, 주택 구입이라는 목표를 포기한다. 성공시대를 살아온 부모에 얹혀 산다. 고령층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젊은 세대에겐 미안하지만 일을 놓지 못한다. 수익이 줄어도 고정 매출이 있는 대기업은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길 꺼린다. 글로벌 빅테크가 화두를 던지면 겁을 내며 따라간다. 서서히 침몰한다. 기존 재생산에 봉사하던 대학은 가치를 상실한다. 기업이 고용을 줄이고 학생 수가 줄고 있어서다. 학생은 취업이 막히면서 대학을 불신하고 진학을 포기하거나 자퇴한다. 사법시스템은 옛 질서를 지키기에 급급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엄벌하면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죽는다.
대안은 뭘까. 콘텐츠 크리에이터, 1인 창업가 등 '아이디어'로 새로움을 찾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선 열등생 취급을 받을지 몰라도 온라인에선 인기 많은 아이디어맨이다. 데이터, AI기술, 쇼핑몰, 지식콘텐츠, 게임 등 분야도 다양하다. K팝, 웹소설, 웹툰은 부가가치 높은 아이디어의 공급원이다. 그런 사람이 많아야 한다. 창업 기회를 주는 플랫폼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데이터, AI플랫폼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대학은 창업가를 양성하고 기술연구기관이어야 한다. 정부도 창업인프라 구축, 창업가 양성과 생태계에 집중해야 한다. 사법시스템도 새로운 아이디어의 기존 법률 저촉이 문제되면 관대해야 한다. 지속가능성 없는 낡은 재생산시스템을 헐고 창의중심 시스템으로 새 세상을 열어야 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혁신과 공존의 신세계 디지털'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