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미세공정으로 진화하면서 '무어의 법칙'이 기술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2년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두 배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 2나노(nm)·1나노대 초미세공정으로 진화 속도가 더뎌지자 업계와 학계에서 제기되는 인식이다. 후면전력공급(BSPDN) 등 반도체 칩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반도체 업체들의 기술 개발은 지속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2년마다 집적도가 두 배씩 계속 늘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신 첨단 패키징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패키징은 웨이퍼에서 만들어진 반도체 칩이 중앙처리장치(CPU)·기판과 같은 다른 부품과 상호 동작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회로가 그려진 칩을 전기적으로 포장하는 후공정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선단 조합으로 반도체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어 2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한계를 극복하거나 보완할 기술로 꼽힌다.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패키징 산업 기반이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패키징 기술 격차가 대만과 최대 10년 정도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세계 각국은 정부 차원에서도 첨단 패키징 산업 진흥을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이 지난해에만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 예산을 투입했다. 미국 상무부는 자국 패키지 반도체 생산능력과 시장점유율 확대, 시범 생산라인 설치를 주도하고 있다. TSMC, 인텔 등 글로벌 기업도 패키징 기술 초격차를 위해 2.5D·3D 패키징 기술을 고도화하고 다른 반도체 기업과 협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 등 반도체 대기업뿐만 아니라 정부가 나서 패키징 기술 고도화에 관심이 높다. 다만 국내 반도체 패키징 수요 상당수를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패키징 기업 다수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영세하다. 정부 차원 육성과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5000억원 규모 반도체 패키징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 정부 차원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고도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반도체 후공정 기업(OSAT)을 세계 10위권 내 진입할 수 있게 지원하고 세계 반도체 패키징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첨단기술 개발을 목표로 내세웠다.
시장조사업체 욜(YOLE)에 따르면 첨단 반도체 패키징 시장은 2021~2027년 연평균 10.11%의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패키징 투자액은 160억달러(약 21조3120억원) 규모로 인텔(30%)·TSMC(25%)·ASE(12%) 등 해외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우리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만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 격차와 시장점유율이 더 벌어지기 전에 우리나라도 충분한 투자를 해야 한다. 늦기 전에 적정 예산 집행과 함께 정부 사업이 진행되길 기대한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