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수도권 블랙홀 현상' 심화와 출산율 감소, 노령화 심화 등 인구감소지역 증가에 따른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의료 시스템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18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지역의료혁신센터가 개최한 개소 기념 심포지엄에서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자원 쏠림현상, 지역에 따른 건강불평등 문제 등을 고려해 지역의료 전달체계를 혁신해야 한다는 필요성과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제시됐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속 감소해 2021년 OECD 주요국 중 가장 낮은 0.81명에 그쳤다.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1.58명이다.
보건복지부 제5차 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대비 병상수는 OECD 평균의 3배에 달할 정도로 과잉 공급이 심각하다. 지역별 격차는 여전해 지방은 병상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에 따라 입원·응급·심뇌혈관 사망비 격차가 큰데 입원사망비(2013~2017년)는 서울동남권 0.83, 강원영월권 1.74로 2.1배 차이가 난다. 응급사망비(2015~2017년)는 각각 0.85, 2.09로 2.5배 차이에 달했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장은 “지역 소멸 위기감이 상당히 큰데 이중 큰 화두가 의료”라며 “기존 지역의료 개념에 디지털·바이오 헬스케어 등 미래 기술을 결합하고 소유가 아닌 '기능' 중심으로 접근하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경제와 정치적 맥락에 의한 구조적 요인과 생활환경, 건강행태, 사회심리적 요인 등 중재 요인이 결합해 건강 격차가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질병관리청장 역임 후 이달 서울대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로 부임한 정은경 교수는 지역소멸 위험과 필수의료를 고려한 지역 보건의료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지역의 건강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 보건의료체계를 확립하고 근거 기반의 보건의료·공중보건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지역암센터에서 글로벌 수준의 암 특성화병원으로 성장하고 디지털에 특화한 비전을 바탕으로 지역의료기관의 한계를 돌파한 사례를 소개했다. 화순전남대병원은 비전2030을 수립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기반의 맞춤형 의료시스템 구축, 원격진료 선제 대비 등의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정용연 화순전남대병원 원장은 “디지털 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구축, 비대면 회진시스템, e-ICU 구축, 디지털 치료제 활용 등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디지털 기반 예측·맞춤형 헬스케어 플랫폼 기반으로 차별화된 암 환자 생애전주기 건강관리를 제공해 가장 앞선 암병원으로 도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대희 서울대의대 지역의료혁신센터장은 “지역소멸은 더 이상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소멸로 연결되기에 대학, 지자체,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새로운 모델을 시도해보려 한다”면서 “특히 지역주민 의료문제와 바이오 헬스 산업 육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맞춤형 주민건강 사업 발굴·수행, 지역 특화 바이오산업 발굴과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의료혁신센터는 서울대 의대 건강사회개발원 산하기관으로 지난달 신설됐다. 현 서울의대 학장인 강대희 예방의학교수가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신애선 부센터장(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이 미래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개인 맞춤형 주민 건강관리체계를, 유경상 부센터장(서울의대 임상약리학교실)이 지방 디지털·바이오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지원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