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와 올해 회사로 패키지SW 도입 관련 연락이 왔다. 자기 회사에서 사용해 온 업무포탈시스템을 현행대로 유료로 계속 쓸 지? 새로 신버전으로 구축할 지를 고민하고 있는 데 , 필자 회사의 포털패키지를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국내 대기업, 공기업이 사용하는 포털패키지에 대한 소개와 데모를 하고 영업에서 팔로우업 해왔다.
중간 즈음에 영업대표에게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우, 윗분들 즉 그 회사 대표나 임원의 의중이 중요 할텐데, 과연 도입까지 되겠느냐고 물어봤다. 윗분들은 현행시스템을 약간 개선해 쓰거나, 자기 그룹사의 시스템통합(SI)회사를 통해 새로 구축하는 것이 주된 방향인데, 패키지를 도입하는 게 안정성과 시간·비용에서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실무자들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 각 회사의 업무포탈 시스템이든 사업용 시스템이든, 그 특수성과 고유성 때문에 거의 100% SI개발방식으로 해 오던 게 우리나라 IT시스템의 방식인데도 몇몇 회사 및 기관이 패키지를 도입한 이유는 상식적이지만 2가지다.
패키지는 안정성과 시간·비용의 절감효과가 크고, 유지보수 및 확장성이 보장된다. 패키지는 여러 영역의 기업이 도입하며, 최신기술이 적용돼 필요기능 이외에도 최신 기능이 집약된 베스트 프랙티스의 집합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문화를 감안하면, 실무자들의 주장이 과연 먹힐 수 있을까? 하여튼 잘 대응하되, 결국은 내용과 자료 등 제공만 하고 끝날 수 있으니 큰 기대는 하지 말자고 했다.
그후, RFP가 나오고 공식 제안발표 과정을 통해 , 패키지 도입 개발로 결정이 났고 몇 달전 계약을 하고 올 연말 오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어림없었던, 이젠 실무자들의 의견과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우리나라의 대기업의 변화가 느껴져 기쁨이 배가 됐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절이 오기는 오는구나 싶었다.
누구도 부인 못하는 것은 이젠 SW없이 움직일 수 있는 기업은 없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패키지SW 및 클라우드 시대다.
단품의 기능이나 서비스는 클라우드로 대체가능한 데,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연결하고 통합해야 하는 영역과 각 기업의 사업용시스템은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갖추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거의 대부분 회사들은 SI개발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국내 대기업이든 공기업이든 반드시 관련SI회사를 시작했고,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그룹사 물량 이외에는 대부분 적자사업으로 끝나왔다. 바로 부족한 예산과 RFP와는 무관한 추가 요구사항 등에 의한 제값받지 못하는 시장상황이 십수년간 지속돼 왔다.
이런 악순환에 결국은 SI회사들은 자구책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적자탈피를 위해 현실적 선택아닌 선택을 하기에 이르렀다. 즉, 개발자들을 프리랜서화 하는 것이다. 요즘은 PM마저도 프리랜서를 쓴다.
요즘 기업 및 공기업들이 최종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품질보장이다. 이 문제는 IT예산을 현행의 2배까까이 늘리지 않으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 감리 및 통합테스트에 2배이상의 비용을 들여도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요즘은 회사로 연락이 심심찮게 온다. XXZ를 개발해야하는 시스템인데 할수 있겠느냐고. 물론 대답은 한가지다. 감사하고 죄송한 데 저희는 저희 메뉴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외국인에게 들은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다.
지구, 인류 역사상 후진국이었던 한국이 4~50년 만에 선진국대열이 된 이유는 딱 2가지라고 했. 한국만큼 다이나믹하고 응용(Application)에 능한 나라는 없다.
AI, 유튜브, SNS등 한국인만큼 잘 사용하고 응용해 돈 좀 버는 나라는 한국 이외는 별로없다.
K-팝, K-엔터, K-푸드 등을 보자. 팝송·힙합이 우리 것이었나? 라면이 우리 것이었나? 이런 부분은 우리 한국인들은 가만히 두어도 개척해간다.
한국에 절실한 것은 기반환경을 제대로 갖춰지게 하는것이다.
SW산업진흥법만이라도 법따로 현실따로가 아닌 시장에서 제대로 발효되게 전념해 주면 좋겠다. 제발 AI,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에 관심있는 척, 잘 아는 척 하지 말고, 진정한IT강국을 위해 SW진흥의 과업변경, 원격지개발만이라도 제대로 되게 목소리 내고 실제 뛰는 분에게 300만 SW관련업계의 민심을 표현할 수 있으면 하는 절실한 심정을 토로하고 싶다. 기반환경은 현장의 목소리가 잘 반영된 법에 집중, 법이 잘 시행되게 하는 것이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이사 khhkhh@kcub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