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83〉나뉜 시간의 제약을 넘어

타임(Time). 이 흔한 단어의 너무도 명료한 뜻은 시간이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상고해 보면 이 단어의 의미는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이것이 유래된 원(原) 게르만어 티몬(timon)은 '나누다'라는 의미였고, 그래선지 옛 단어 티마(tima)는 '한정된 시간'이란 의미였다. 어찌 보면 시간이란 원래는 분리된 차원이나 공간을 나타내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실상 우리도 시간을 초, 분, 시간, 일, 주, 월, 연도 같이 칸막이치고 있다.

혁신에서 시간은 흔히 등장한다. 언제까지 제품을 완성하라는 것 같이 우리는 매일 시간이 제한된 혁신을 한다. 하지만, 정작 시간을 다루는 혁신이란 꽤 심오한 질문이다. 왜냐하면 시간의 제한과 제약을 넘어 혁신을 지속하라는 요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제약되지 않는 혁신은 가능할까. 지속가능한 혁신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사례는 그렇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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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을 보자. 잘 알려져 있다시피 3M의 '30/4 법칙'은 수익의 30%를 지난 4년 이내에 개발된 제품에서 얻는다는 원칙이고, 이건 혁신이 지속된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이뿐만 아니다. 1948년부터 3M은 모든 직원이 자신의 시간 중 최대 15%를 자신만의 프로젝트에 쓰도록 장려했다. 이 '15퍼센트 원칙'은 3M의 가장 상징적 발명품을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중 하나가 포스트잇이기도 하다.

굳이 3M의 혁신이 지속가능했다는 다른 증거를 대라면 한 가지가 더 있다. 1995년 3M은 그간 수천 개의 제품을 성공적으로 상업화한 점을 인정받아 국가기술훈장(National Medal of Technology)을 받았다.

이점에서 인텔도 여러 모로 3M에 견줄만하다. 이곳은 '30/4 법칙'에 비견되는 그 유명한 '무어의 법칙'이 창시되고 실행된 곳이다. 많은 이들은 이 법칙이 반도체와 물리학의 법칙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실상은 경영목표였다는 점을 알면 이것이 왜 인텔의 지속된 혁신을 이끌었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인텔은 1979년 8088부터 2010년 코어 i7 프로세서까지 시계의 분침에 맞춰가듯 혁신을 해냈다. 물론 이것이 물리학의 한계에 부딪혔지만 적어도 이 기간 인텔은 무어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혁신에 진심이었고, 이 기간 인텔은 혁신기업의 대명사이기도 했다.

미국 국방고등계획국(DARPA)도 이점에서 3M과 인텔을 닮아 있다. 이곳에서의 지속된 혁신은 가치있는 혁신이 어떻게 가능한 지 깨우친데 있다. 파스퇴르 사분면의 미학을 깨우친 곳으로 유명하다. 연구실에서 찾아낸 새로운 과학지식을 손에 잡히고 보이고 느낄 수 있는 가치 있는 뭔가나 그것으로 향하는 통로를 만들어 냈다.

이점에서 P&G도 마찬가지다. 여러 차례 앞서 말한 훈장을 받았다는 공통점에 더해 파스퇴르 사분면의 미학을 스스로 깨우친 곳이기도 했다. P&G는 변혁적 지속혁신이란 자신만의 방식을 고안해 냈고, 이건 기존 제품에 더 나은 가치를 덧입히는 P&G의 착안이었다. 진즉 연구실에선 찾아냈지만 정작 제품에 녹여내지 못한 것을 구현해내는 과정이기도 했고 이건 기존 제품을 재생시키는 역할이 됐다. 당연 혁신의 성과는 지속될 수 있었다.

혁신을 한다는 것과 지속하는 것은 닮은꼴처럼 보인다. 아니 적어도 하나는 다른 하나로 이어진 통로될 듯 보인다. 하지만 수많은 혁신기업 중 지속한 곳은 많지 않다. 마치 시간을 나눈 칸막이가 있는 것으로 한때의 혁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춰서곤 했다.

이 보이지 않는 나뉜 공간을 넘어서는 데 분명 뭔가는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이들이 시전한 것이 뭔지를 곰곰이 따져보는 이유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