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이 다시 '0원폰'이 됐다. 폴더블폰 출시 후 대폭 내렸던 공시지원금이 원상회복되고 일부 유통상가를 중심으로 불법보조금이 풀린 탓이다. 아이폰15 국내 출시를 앞두고 단말기 교체 수요를 선점하려는 삼성전자와 이동통신사 이해관계도 맞아 떨어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날 오전부터 갤럭시S23 시리즈 공시지원금을 기존 15만원에서 5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지난주부터 공시지원금을 각각 48만원, 50만원까지 올렸다. 이통 3사는 지난달 갤럭시Z5 폴더블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갤S23 지원금을 10만원대로 대폭 낮춘바 있다.
상향된 공시지원금과 유통점에서 지급하는 추가지원금 15%(7만5000원)까지 합치면 총 지원금은 57만5000원이다. 출고가 115만5000원짜리 갤S23 기본모델(256GB)을 절반값에 구매 가능한 셈이다. 여기에 성지로 불리는 일부 온·오프라인 판매점 중심으로 60만원 상당의 초과 불법보조금이 살포되면서 실구매가가 0원으로 떨어졌다.
전날 방문한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집단상가에서는 갤S23 대란을 틈타 단말기를 구매하려는 고객을 다수 볼 수 있었다. 한 판매점 점원은 “그간 갤S23 정책이 안좋았는데 이달 초 512GB 모델에 이어 이번 주부터 256GB 모델도 지원금이 올랐다”면서 “번호이동 조건으로 95요금제(9만5000원)를 6개월 의무 유지하면 기기값은 무료”라고 말했다.
다른 판매점 직원도 “이번주부터는 선약(선택약정)보다 공시(공시지원금)가 훨씬 유리하다”면서 “갤S23플러스도 현금완납하면 19만원, 부가서비스 3종을 끼면 15만원대까지 해줄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합법 지원금으로 구매시 갤S23플러스 단말기값은 77만8000원이다. 여기에 60만원이 넘는 불법 초과지원금을 지급해 실구매가를 대폭 낮춰주겠다는 얘기다.
이 직원은 “개통까지는 신청이 밀려있어 이틀가량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보조금 대란으로 구매 대기 수요가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이전 모델인 갤S22 경우 공짜폰을 넘어 10만원을 얹어 주는 '차비폰'으로 전락했다.
불법보조금은 제조사와 이통사가 판매 촉진을 위해 유통점에 마케팅 명목으로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리베이트)에서 나온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서는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 15%까지만 합법이지만 일선 매장에서는 장려금을 활용한 불법 고객 유치 경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 서면 경고가 있었음에도 경쟁사간 고객 유치경쟁이 워낙 치열해 가격 통제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갤럭시S23 보조금 대란이 아이폰15를 견제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지원금을 올린 영향으로 보고 있다. 내달 초 아이폰15 국내 사전 예약판매를 앞두고 갤S23 실구매가를 낮춰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통사도 오는 4분기 갤럭시S23 FE(팬에디션)와 내년 갤럭시S24 등 신규 단말 출시를 앞두고 공시지원금 인상을 통해 구형 모델 재고를 줄일 수 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