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업체들이 일본으로 진출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웹3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지난해 웹3 전담 사무처를 신설하고 올해에는 웹3 백서를 승인했다. 백서에는 산업 전반에 대한 구체적 제안이 담겨 있다. 일본 웹3 산업의 법적 명확성은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과 두바이도 가상자산 산업 확산에 박차를 가하며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다.
한국은 다른 분위기다. '코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팽배한 가운데 당국 차원에서 가상자산 제도에 적극 팔 걷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상자산 1단계 법안으로 투자자보호를 위한 근거는 마련됐지만, 발행·공시·상장 등에 관한 2단계 입법은 논의는 요원하다. 9월 중 논의된다는 말이 무성했으나, 9월 말인 지금도 조용하다. 내년 4월 총선 이후에나 이야기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가상자산공개(ICO) 논의는 1년째 멈춰 있는 상태다. 실체가 분명한 발행인이 진행 중인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이나 자금흐름 등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기업공개(IPO)와 달리, 구상 단계 차원의 사업 계획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며 2017년 금지됐다.
최근 '러그풀'로 입·출금 중단 사태를 일으킨 가상자산 예치·운용 사업자 규율 여부도 여전히 모호하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이른바 '무법지대'에 있는 가상자산이 많다는 의미다.
불분명한 제도는 산업 발전도 저해한다. 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하나같이 모호한 제도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하고 싶은 사업은 많지만, 해도 되는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 가상자산 규제 법적 근거의 한계는 자명하다.
웹3 기술 수준과 가상자산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우수한 한국이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사후 대응으로 성장 동력을 잃어왔던 지난날들을 반성해야 한다. 기술 선진국들은 혁신을 진흥하기 위해 구체적 제도 정립 기조를 선제적으로 갖춰간다. 한국도 이제는 그래야 한다.
업권법을 넘어서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대한 논의도 절실하다. 이는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 중 35번 항목이기도 하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기업 주도의 산업 발전 동력을 기를 수 있는 명확한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전통 금융권도 웹3 업체와 협업을 진행하며 시장이 확장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업권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금융 안정, 이용자 보호,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 아래에서 한국은 선도적 기술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정화 기자 spurif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