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한 10대 소녀가 세균성 감염병 '유비저'에 걸려 한달 만에 사망해 충격을 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베트남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중부 타인호아성에 거주하는 소녀 A양(15)은 지난달 말부터 인후통, 기침, 고열 등 증상을 보였다.
증상이 시작된 지 열흘 동안 A양은 심한 갈증을 느꼈으며, 체중이 단기간에 7kg이나 빠졌다. 이때만 해도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여긴 가족들은 A양을 병원에 데려가는 대신 동네 약국에서 약을 사다주는 등 간단한 치료만 이어갔다.
이달 1일까지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결국 가족들은 지역 진료소로 A양을 데려갔지만 이때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틀 뒤 저혈압, 청색증, 의식 상실, 급성 호흡곤란 증상까지 더해져 큰 아동병원으로 이송됐다.
혈액 검사 결과 A양의 병명은 박테리아로 인한 '유비저'로 판명났다. '휘트모어병', '멜리오이드증' 등으로도 불리는 이 병은 동남아시아나 호주 북부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세균성 감염병이다.
멜리오이도시스균(Burkholderiapseudomallei)에 오염된 토양이나 물에 접촉했을 때 피부 상처를 통해 감염된다. 감염 시 발열·두통·호흡곤란·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잠복기는 통상 1~21일이지만 길게는 수년 후에 증상이 발현하기도 한다.
유비저 환자 대부분이 중증 폐렴이나 패혈증으로 진행되며 치사율은 40%에 이른다. A양 역시 인공호흡기를 달고 투석 치료까지 받았으나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이어져 끝내 목숨을 잃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3년, 캄보디아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귀국한 고(故) 박용식씨가 이 병으로 사망했다.
유비저는 베트남에서 1925년 처음 보고됐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만 건이 발생하며, 대부분 우기 동안 발생한다. 하지만 별도의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치명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등 열대 기후 지역을 방문한 경우 흙과 고인물과 접촉을 피하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빠른 진단과 처치를 받아야 한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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