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알뜰폰(MVNO) 도매대가 관련 8개 법안에 대해 의결을 보류했다. 도매제공 의무제도 영구화와 규제 폐지, 사후규제 방식 등 상반된 법안을 놓고 이번에도 정부와 의원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과방위는 전날 법안심사소위원회(2소위)를 열고 계류 중인 알뜰폰 도매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8건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3월 이후 6개월여만에 열린 2소위지만 이번에도 알뜰폰 도매의무 규제와 관련해서는 결론을 미뤘다.
이날 정필모 의원 등 다수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알뜰폰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과방위 관계자는 “정책 지속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정문 의원안에 다수 공감했다”면서 “일몰 이후 1년이 지난 만큼 시장 영향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정부에 요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폐지·완화·연장 여부에 대해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사가 알뜰폰 사업자에게 망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규정한 도매제공의무제도는 3년 일몰제로 2010년 최초 도입 후 세 차례 연장됐고 지난해 9월 일몰됐다. 과기정통부는 통신경쟁 촉진방안 일환으로 알뜰폰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도매제공 의무 상시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일몰제를 없애 도매제공 의무를 영구화하자는 주장과, 의무 규제를 폐지하고 시장 자율에 맡기자는 의견으로 갈린다. 과기정통부는 협상력이 취약한 중소 알뜰폰의 경쟁력 확보와 사업 지속성 유지, 통신경쟁 활성화를 위해 도매제공 의무제도 영구화 또는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도매제공 의무제도로 인해 알뜰폰 시장이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 없이 단순 재판매로 이익을 내는데 만족하는 사업자를 양산하고 시장 경쟁을 저해한다는 반론도 있다. 특히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최근 5년간 누적 영업이익이 1000억원 수준으로 자생력을 갖춘 만큼 도매제공 의무를 폐지하고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소위에서는 정부가 도매대가 의무사업자 지정 및 대가산정 기준에 직접 개입하는 사전규제를 폐지하고 사후규제를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전규제 없이도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등을 통해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사전규제 3년간 유지 후 사후규제로 전환하는데는 동의했지만 대가산정 원칙에 대해서는 규정을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과방위는 오는 11월까지 정부로부터 수정안을 건네받아 제도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다음 소위에서 다시 심사하기로 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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