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결국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 대표가 부결 호소와 함께 사실상 당대표 권한 일부를 내려놓겠다고 밝혔음에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민주당은 큰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295표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이 대표는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이날 처리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두고 민주당은 혼란을 거듭했다. 지난달 31일 단식투쟁에 돌입한 이 대표는 지난 18일 건강 악화로 인해 병원 신세를 졌다. 이후 이 대표는 수액 치료만 받는 방식으로 단식투쟁을 이어왔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의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그러나 20일 돌연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부결'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당내에서조차 이 대표의 단식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위한 것이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대표가 앞서 밝혔던 '불체포 특권 포기를 지켜야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당의 분열을 걱정했던 일부 의원들이 부결 호소 입장문 탓에 가결로 입장을 결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입장문 이후 단식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오히려 이 대표가 더욱 불리해진 꼴이 됐다.
한 재선 의원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 앞서 본지와 만나 “(이 대표의 입장문은) 악수”라며 “이 대표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 대신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인 듯하다”고 말했다.
물론 이 대표는 끝까지 의원들을 설득했다. 이 대표는 사실상 당대표 권한 일부를 내려놓겠다는 제안도 했다. 이 대표는 21일 입원 중인 녹색병원에서 박광온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 자리에서 새로운 기구 설치 등을 통해 지도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구에는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들이 주축이 될 전망이어서 사실상 당대표의 권한을 일부 내려놓는 셈이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의총)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 대표가 통합적 당 운영에 대한 의지를 명확하게 밝혔다.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의원들의 통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지도부가 마음을 모아 노력하겠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며 이 대표의 노력도 물거품이 됐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고 해서 이 대표가 곧바로 구속되는 건 아니다. 이 대표는 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거치게 된다. 만약 법원에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 이 대표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 다만 '부결 호소' 이후 기각되는 상황인 탓에 정치적인 운신의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만약 법원이 구속을 결정할 경우 이 대표는 더욱 큰 정치적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도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친명(친 이재명)계 지도부의 반발 등 내부 주도권 싸움 속 분당론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친명계와 극단적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비명계를 향한 거센 비판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일부는 이날 체포동의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여의도 중앙당사를 찾아 거세게 항의했다.
지도부는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취재진과 만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서 놀랍고 충격적”이라며 “지도부가 여러 차례 부결을 호소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왔다”며 “긴급하게 모여 앞으로의 상황과 대책을 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도 찬성 175표 반대 116표 기권 4표로 가결됐다. 민주당은 △10·29 이태원 참사 △잼버리 사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의혹 △부적절한 내각 구성 △대정부 질문 답변 태도 등을 이유로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
교권보호 4법도 이날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교권보호 4법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교사가 아동 학대 혐의로 신고된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직위 해제 처분 금지 △아동 학대 범위에서 교원의 정당한 생활 지도 제외 등이 핵심이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