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는 부모님을 보살피느라 혼자인데, 내가 늙으면 누가 나를 돌봐주지? 생각들 때가 있어요.”
지난 9월 21일은 치매 극복의 날로, 세계보건기구와 국제 알츠하이머 협회가 알츠하이머 예방과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만든 기념일이다. 그리고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웨이브에서는 시사교양 '내일은 내 일, 치매'를 공개했다. '내일은 내 일, 치매'는 다양한 유형의 치매 환자와 그들의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며 느끼는 고됨을 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곁을 지키는 이유를 풀어낸 다큐멘터리다.
치매의 원인 질환에는 약 70여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바로 알츠하이머다. 알츠하이머는 치매 원인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아주 가벼운 건망증에서 시작해 기억력과 언어능력이 저하, 판단력과 방향감각의 상실, 그리고 불안증세와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결국에는 환자가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능력을 잃어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도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해내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발병원인으로는 뇌 속에 축적되는 이상단백질이 꼽힌다. 아밀로이드 베타와 같은 이상단백질이 뇌 속에 지속적으로 쌓이면, 뇌를 구성하는 뉴런들이 손상되면서 전체적인 뇌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신경 세포가 손상되면 신경 세포간 신호를 전달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 활성이 저하, 원활하게 사고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때문에 환자들이 집을 나와 거리를 방황하며 현재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의사들은 치매환자에게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 억제제를 처방한다. 아세틸콜린 분해를 억제해 뇌에서 머무르는 아세틸콜린 농도를 상승시키는 방법으로, 뉴런 간 신호 전달을 원활히 해 인지 기능을 개선 및 알츠하이머로 인한 치매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는 뇌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증상 진행을 늦추는 것뿐, 환자를 직접적으로 낫게 하기는 어렵다.
완치가 없기에 예방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질환, 치매. 연구에 따르면 치매 과정은 40대, 심지어는 그 이전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청소년기부터 꾸준히 위험인자 관리가 있어야 예방할 수 있다. 우선 청소년기에는 충분한 교육을 받은 이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치매 발병 위험성이 낮았다. 또 40, 50대의 중년기 치매 예방법으로는 고혈압과 비만을 조절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알려졌다. 치매 발병률이 높은 노년기에는 사회적 고립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해서 사회 활동을 하고 사람들과 꾸준히 만나며 우울증을 예방해야 치매까지 대비할 수 있다.
오늘은 아니어도 내일은 내 일이 될지 모르는 치매. 치매테스트를 만들었던 일본의 치매 권위자 하세가와 가즈오 또한 말년에 치매에 걸리는 것과 같이 퇴행성 질환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92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2039년 2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까지 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감에 있어 치매 환자와의 동행은 필수적인 논의다.
'내일은 내 일, 치매'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치매 환자와 일상을 보내는 가족 구성원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살핀다. 그들의 여정을 단순히 효심이나 사랑으로 포장하지 않고, 현 상황에서의 복합적인 감정을 가감 없이 담아내 사청자로 하여금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또 샌드아트, 카메라 기법 등을 통해 환자의 시선에서 상황을 서술하며 어느 한 쪽에 치중되지 않는 모든 구성원 이야기를 균형 있게 풀어낸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보호자들에게 혼자가 아니라 위로를 담담히 건네는 〈내일은 내 일, 치매〉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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