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혁신거점을 설치하는 글로벌 기업이 빠르게 늘면서 한국이 혁신 전초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화학, 자동차, 바이오·제약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하다. 연구개발(R&D)센터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혁신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4일 마인드더브릿지(Mind the Bridge)와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발간한 '한국의 코퍼레이트 이노베이션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으로 한국에 혁신거점을 설립한 글로벌 기업은 71개로 집계됐다. 2021년 52개에서 2년 만에 19개 늘었다.국가별로는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벨기에 순이었다.
마인드더브릿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한 벤처캐피털(VC)이자 개방형혁신(오픈이노베이션) 연구·자문기관이다. EU SEP(스타트업 유럽 파트너십) 공식컨설팅 기관으로 매년 국가별 스타트업 생태계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다. 대기업 혁신을 주제로 한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재 글로벌 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거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R&D센터다. 혁신거점 71개소 가운데 절반 이상인 59%가 R&D센터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이 11개, 프랑스 8개, 독일 7개 기업이 국내에 R&D센터를 설치했다. 액셀러레이터나 기업형벤처캐피털(CVC) 형태로 혁신거점을 설치한 기업 비중은 각각 19%, 10%를 차지했다. 혁신 동향 파악을 위한 연락사무소 비중은 12%다.
업종별로는 화학(12개사), 자동차(9개사), 바이오·제약(9개), 정보기술·소프트웨어(7개), 전자(5개) 순이었다.
마인드더브릿지는 국내 AI 기업 성장과 한국 스케일업 현황에 대해서도 별도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가 스케일업 기업으로 구분한 스타트업은 창업 이후 100만달러 이상(약 10억원)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다. 1억달러(10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은 스케일러(Scaler), 10억달러(1조원) 이상을 투자 받은 기업은 슈퍼 스케일러로 구분했다. 이 구분에 따르면 한국의 누적 스케일업은 1506개로 이스라엘(2921개)의 절반 수준으로 집계된다. 스케일러는 66개, 슈퍼 스케일러는 8개였다.
마인드더브릿지는 전체 스케일업 가운데서도 AI 기반 스케일업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데 주목했다. 한국 스케일업 총 1506개 가운데 중 376개사(25%)가 AI 기반 기업으로 실리콘밸리(22%), 이스라엘 (19%), 영국(13%)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마인드더브릿지는 “한국은 가장 번성하고 매력적인 글로벌 혁신 생태계 가운데 입지를 굳히고 있다”면서 “메타버스부터 인공지능(AI)의 산업적 적용까지 딥테크 분야가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된다”고 밝혔다.
박필재 한국무역협회 스타트업글로벌지원실장은 “해외 다국적 거점 확대에 발맞춰 기업의 한국 방문 출장시,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밋업을 추진하는 BMBT(Business Meetup on Business Trip)를 올해 경제단체,대사관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