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출장을 다녀왔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라는 40여년 역사의 테크+아트 전시회에 학생들과 작품을 출품하고, 세계 각국 젊은 예술가들과 호흡할 수 있었다. 정보기술(IT)을 가르치는 사람이 예술가의 경험을 해보았으니 영광스러웠다. 수 십 개 나라의 대학, 전업예술가 그룹 등이 참여했는 데, 주제의식에서는 상당히 유사하다고 느꼈다. 인공지능(AI)이 불러일으키는 인간 존재의 위기감, AI와 함께 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거기에 기후변화로 급변하는 생존여건에 직면한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엿보였다. 우리 기업도 오랜 기간 이 행사를 후원해왔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자랑스럽기도 했다.
출장 내내, 지속가능성에 대한 유럽의 고민을 느낄 수 있었다. 항공권 가격을 지불할 때에도 비행 중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초래하는 비용을 거리와 승객수로 나눈 액수를 추가로 부담하겠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하는 출장이다 보니, 아직은 그 액수를 추가로 내겠다는 용기를 내지는 못했다. 다음에는 꼭 이용해 보아야겠다. 비행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산화질소 등은 지구 온난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비용을 탑승객이 나누어 내면, 그렇게 걷은 돈으로 이산화탄소를 일반 식물보다 수십 배 흡수하는 맹그로브와 같은 수변식물들을 심는데 지출하거나 탄소량 감축을 위한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미 이러한 일을 대행하는 전문기관과 업체도 있다고 한다. 무심코 이용하는 항공편이 초래하는 환경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교통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린츠에서는 24시간 편의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만약 필자가 찾지 못한 편의점이 있었다고 해도, 매우 적은 수였을 것이다. 플라스틱 포장재 쓰레기를 배출하는 편의점 대신, 자기로 된 그릇을 사용하는 작은 식당과 상점들이 거리를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특히 식료품을 파는 마트에서는 비닐봉투는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고, 오직 종이봉투만을 구매할 수 있었다. 마트 내 빵 코너에서도 비닐봉투에 빵을 담는 것이 아니라 종이봉투에 담아가지고 계산대로 가면, 계산원이 빵 개수를 세어 가격을 계산했다. 현지 주식인 빵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플라스틱이 발붙일만한 곳은 없었다.
현지에도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배달음식이 많이 활성화돼 있었다. 자전거 뒤에 큰 보냉백을 싣고 다니며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들은 비닐백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배달음식은 플라스틱 용기에 플라스틱 포크 등으로 인해 이용자로서 죄책감을 느끼는 일이 잦다. 지금은 1회용 식기나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반찬류를 뺄 수 있는 옵션도 주문시 선택할 수 있지만, 여전히 비닐봉투나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이 너무 많다.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썩는 비닐류를 더욱 양산하거나 비용을 낮춰 아예 플라스틱 자체가 썩어 없어지도록 하면 좋겠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활성화가 안되어 있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땅과 바다에서 반 년만에 90% 이상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이 정착하는데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고 있다. 시민과 기업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지난 50년간 유일하게 최빈국에서 선진국에 들어선 우리 나라도 과감히 결단할 때가 되었다.
산업화, 정보화를 거치며 엄청난 소비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우리 세대가 후속 세대를 위해 남길 수 있는 유산은 역설적으로 최소한의 것만 남기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 우리의 국부를 창출할 산업으로서도 재생에너지, 생분해 플라스틱, 탄소흡수 산업 등이 유망하지 않을까 싶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