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1위 자동차 기업인 일본 토요타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 그간 업계 관심이 집중됐던 공급 논의를 확정한 것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를 모두 고객사로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토요타와 연간 20기가와트시(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구체적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합작공장(JV)을 제외한 단일 수주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5년까지 미시간 공장에 토요타 전용 라인을 구축하고, 이곳에서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만들어 납품할 계획이다. 니켈 비율을 90% 수준으로 높이고 알루미늄을 추가, 안정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미시간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모듈)는 토요타 켄터키 공장에서 팩으로 조립돼 신형 전기차 모델에 탑재된다.
도요타는 지난해 매출 371조원,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 1위를 달성할 만큼 자동차 산업의 전통적인 강자다. 북미에서도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자동차 판매 대수 2위를 기록하는 등 영향력이 크다. 지난해 도요타 전체 판매량의 20% 이상을 북미 시장에서 판매했다. 토요타는 오는 2030년까지 30종의 차량을 출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35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동화 전략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자동차 핵심 시장인 북미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파트너를 맺어 주목된다. 자국 기업 위주로 핵심 부품 공급망을 꾸리는 경향이 짙은 일본 기업의 보수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재 북미에만 2개 단독 공장과 6개의 합작공장을 운영 및 건설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경쟁력이 인정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르면 북미 지역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생산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으로 세계 상위 5개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 르노닛산, 현대차, GM에 모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기아차, 포드, 스텔란티스, 혼다, 볼보 등에도 제품을 납품하고 있어 글로벌 톱10 기업 중 9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데츠오 오카와 토요타자동차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는 것은 제조 및 제품 계획의 중요한 부분이며,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고객 기대에 걸맞은 높은 안전성, 성능 및 품질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양사의 새로운 협력이 북미 전기차 시장의 커다란 진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협력을 통해 북미 생산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