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앞둔 프랑스 파리, 지하철 출몰한 '빈대'에 골머리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 네티즌이 지하철에서 빈대를 발견했다며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공유했다. 사진=엑스(@dogoke4) 캡처
프랑스에 거주하는 한 네티즌이 지하철에서 빈대를 발견했다며 자신이 촬영한 영상을 공유했다. 사진=엑스(@dogoke4) 캡처

내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는 프랑스 파리가 빈대와 싸우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파리 영화관과 지하철에서 빈대를 목격했다는 시민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몇 달 전, 한 이용자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센 강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후 여러 번 빈대에 물렸다”고 올린 것이 발단이다. 그는 벌레에 물린 것으로 보이는 붉은 반점이 남은 피부 사진도 함께 게시했다.

이후 지하철 같은 공공시설에서도 빈대를 봤다는 프랑스 거주자들의 경험담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됐다. 지하철에서는 12건, 기차에서 37건의 빈대 신고가 접수됐다.

소독업체들의 수요도 크게 늘었고 기차에 탈 때 좌석에 앉아 빈대에게 물리느니 서서 가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프랑스 마르세유 주요 병원의 곤충학자 장미셸 베랑제는 “매년 늦여름이 되면 빈대가 크게 증가한다. 사람들이 7∼8월 이사를 많이 다니면서 짐을 통해 빈대를 옮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4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빈대 목격담'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이미지 실추를 우려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긴급 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교통 당국은 지하철에 빈대가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탐지견을 투입했다. 하지만 클레망 본 프랑스 교통부 장관은 탐지견으로 조사한 결과 빈대 발생의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곤충학자 베랑제 또한 빈대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많은 문제가 과장돼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 빈대에 대한 '집단 기억'이 희미해져 목격담에 공포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빈대(영어 bedbug; 불어 punaises de lit)는 한국에서는 1970년대 이후 사실상 박멸됐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아직까지도 흔하게 발견된다. 2017~2022년 사이 프랑스 보건안전청이 조사한 결과 프랑스 가정의 11%가 빈대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