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지식재산 평가 시스템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된다. 특허 등 지식재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금융 거래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한국발명진흥회 산하 지식재산평가관리센터는 기존 특허 분석·평가시스템 'SMART5'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이라고 9일 밝혔다.
SMART5는 특허 번호만 입력하면 해당 특허의 등급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우리나라 연구개발(R&D) 성과로 나온 모든 특허 뿐 아니라 미국·유럽·일본·중국 특허 등급도 2분안에 파악할 수 있다. 일정 등급 이상 특허는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된다.
지식재산평가관리센터는 AI 기반 기계 평가 시스템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현재 AI 기술을 시스템에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이 보유한 특허 등 지식재산 타당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특히 기존 '등급(等級)'에서 '가액(價額)'까지 평가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시스템은 단순 특허의 등급만을 분석, 지식 재산의 시장 가치를 명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웠다. AI가 접목된 가칭 'SMART-V(Value)' 시스템은 등급과 가액 정보를 동시에 받을 수 있어 평가 결과 신뢰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 현장이나 특허 거래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식재산을 토대로 한 기술 금융 거래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확한 금융 투자 및 특허 거래의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센터는 시스템 고도화가 각종 지식재산 관련 사업 경쟁력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례로 '지식재산담보 회수지원' 사업의 경우 AI로 신뢰성과 신속성을 강화할 수 있다.
회수지원 사업은 기업 경영 어려움으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면 핵심 특허를 매입, 기업 회생을 돕는 것이다. 담보 잡힌 특허를 사들였다가 기업 회생 후에는 다시 해당 특허를 해당 기업에 재매각하는 식이다.
AI 음성 기술 기업 P사는 음성인식 AI 스피커 공급 사업을 해외로부터 수주, 2019년 매출 15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 19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수출국의 주문자상표부생산(OEM) 공장 폐쇄, 모델 생산 중단이라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매출이 급감하고 2020년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을 했다.
센터는 P사의 담보 특허를 매입, 임대 프로그램으로 채무 변제와 회생 계획 인가 등 회생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원했다. 특허 가치 평가를 통해 올해 초 상장회사로부터 유상증자 투자를 받아 운영 자금을 조달했다. P사는 특허 일부를 재 매입,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이같은 사업은 신뢰성 있는 특허 가치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평가 시스템이 고도화되면 '지식재산 평가-금융-거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황철주 한국발명진흥회장은 “혁신이 보호되려면 혁신에 따른 노력이 올바르게 평가 받아야 한다”며 “누구나 신뢰하는 지식재산 평가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기업·금융기관 등 생태계 주체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