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업계에 내비 달아준다”…정부, 제로 트러스트 선도특허 분석 나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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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형(K) 제로 트러스트 보안 모델' 개발에 나선 가운데 글로벌 선도특허 분석에 착수했다.

선행특허를 미리 파악해 해외 특허에 종속되지 않는 회피·대응특허를 개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사이버보안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육성을 위한 필수조건이 글로벌 진출인 만큼, 차세대 보안 패러다임으로 떠오른 제로 트러스트 시장 공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1년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에서 출원·공개한 특허를 대상으로 제로 트러스트 관련 선도특허를 분석한다. 정보보호학계에선 한국특허전략개발원(KISTA)의 '국제표준 공동대응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그러나 표준화 작업이 진행 중인 제로 트러스트는 지원 대상이 아님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과기정통부는 크게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검색식 분석과 글로벌 선도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 분석을 벌일 예정이다.

제로 트러스트 보안 모델은 인증체계 강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초세분화), 소프트웨어정의경계(SDP)가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허 출원 시 '제로 트러스트'와 같은 일종의 개념어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제로 트러스트 구현을 위한 인증체계 강화·초세분화·SDP에 필요한 실질적인 기반 기술을 키워드로 뽑아내 분석한다.

이와 함께 제로 트러스트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심층 분석도 진행한다. SDP를 개발한 미국 클라우드 시큐리티 얼라이언스(CSA·Cloud Security Alliance)는 물론 제로 트러스트 아키텍처 표준을 제시한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참여기업 등 글로벌 선도기업이 대상이다. 검색식 분석이 키워드 도출 등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어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정밀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정보보호업계는 이번 선행특허 분석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기업에 비해 자본력·기술력·협상력 등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어 특허만이 비대칭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사이버보안기업 대표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특허는 떼려야 뗄 수 없다”면서 “정보보호업계가 연구·개발(R&D)과 지식재산권(IP) 확보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고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분석을 계기로 특허 중요성이 업계에 환기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선행특허 분석 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제공하고, 향후 업데이트한 결과물은 제로 트러스트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담을 예정이다. 개별 기업이 많게는 연간 10억원가량을 들여 해외 특허를 분석하고 있는데, 정부가 대신 수행해 기업 부담을 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제로 트러스트 기술 개발 방향성을 제시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향후 정보보호 체계가 기존 경계 기반의 보안 모델에서 제로 트러스트 보안 모델로 전환할 것”이라면서 “선행특허 분석이 기술 개발 우선순위나 주요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고 회피특허를 개발하는 등 업계에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로 트러스트 선행특허를 지속 업데이트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조재학 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