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망 이용대가 분쟁·합의 교훈과 과제

양승희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양승희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9월 18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망 이용대가 분쟁이 양사간 서비스 제휴 합의로 일단락됐다. 2018년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논의를 기점으로, 거의 5년에 걸쳐 이어진 분쟁이 종결된 것이다.

그간 국회와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공정한 망 이용환경 조성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제휴는 양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던 우리 사회 요구에 부합한다. 동시에 양사간 상호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양사 분쟁으로 촉발된 망 이용대가 관련 국제적 논쟁에 의미 있는 선례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건설적인 합의점에 도달하기까지 장기간 법적 공방이 펼쳐지고 국내 소비자가 왜곡된 여론전에 휘말린 것에 대해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분쟁은 긍정적으로 마무리됐다고 해도 앞으로 유사한 분쟁이 언제든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경험을 되새겨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재발하더라도 문제가 합리적이고 효율적 방향으로 해결돼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두가 '윈윈'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합의를 통해 우리가 얻은 교훈은 무엇이고, 앞으로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첫째, 향후 분쟁 발생 시 당사자가 자발적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널드 코우즈 교수가 제시한 '코즈 정리'에 따르면 양측간 권리 경계가 명확하고 협상에 유무형 비용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분쟁 당사자가 외부 개입없이 자발적 협의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자발적 협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전에 법적 대응을 진행하거나, 사업자간 논쟁에 서비스 이용자를 끌어들이거나 호도하는 전략을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전술한 사업자간 협상을 유도하고 촉진하는 정책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법이나 제도를 통해 사업자 간 권리와 협상 비용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낮은 사회적 비용으로도 사업자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호주와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타 산업 무임승차 문제 해소를 위해 기업간 협상을 촉진하는 법안이 시행되거나 발의되고 있다. 이러한 법은 당사자간 협상 의무를 부여하고 결렬 시 법적 효력을 갖는 중재 절차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해당 법 적용 전에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관련 제도 존재 자체로 자발적 협상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에도 공정한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7개 법안이 발의돼 있다. 법안은 대형 플랫폼과 통신사업자간 망 이용계약 체결 의무를 부여하되, 구체적인 조건 등에 대해서는 협상을 통해 해결하도록 유인을 제공한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간 분쟁을 종결하는 데에도 주효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산업 무게추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ICT 생태계에서 이번 합의는 시장 내 갈등을 지혜롭게 해소하기 위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법안들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

양승희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shyang0124@sej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