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티켓 사기에 금융사 '예적금계좌' 대거 악용…1인당 대포통장 수십개

콘서트 티켓거래 사기 피해자들이 취합한 용의자 계좌. 동일인 명의의 계좌가 각 은행별로 수십개씩 생성돼 있다.
콘서트 티켓거래 사기 피해자들이 취합한 용의자 계좌. 동일인 명의의 계좌가 각 은행별로 수십개씩 생성돼 있다.

유명 인기가수의 방한 등을 계기로, 콘서트 티켓 암표를 미끼로 한 사기피해가 며칠만에 수천만원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좌번호를 통해 사기 이력 조회가 가능한 '수시 입출금통장' 대신, 1인당 수십개 계좌를 신규 개설할 수 있는 '예적금 통장'이 주로 범죄에 활용되고 있어 피해가 지속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사기 방지 사이트 더치트 등에 따르면, 사기 용의자 안 모씨의 계좌로 티켓중고거래 대금을 송금한 후 물건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누적 피해 금액이 이날 기준 7498만원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해당 사건이 다중피해사건으로 확인됨에 따라, 동일범죄 사건을 수사 중인던 경기용인동부경찰서 등으로 이송해 대응 중이다.

이 용의자는 인기 일본가수 요아소비, 트로트 가수 임영웅 등의 콘서트 티켓 수요가 최근 급증한 것을 악용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임의 계정을 개설해 이와 같은 사기 행각을 확대했다. 이들은 유출된 신분증 사진 등을 확보해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수십개 비대면 개설하는 방식으로 티켓 구매자들의 사기이력조회를 피했다.

특히 이들이 사용한 대포통장은 특정 은행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신규 계좌 개설에 20영업일 제한이 걸려있는 수시입출금통장 대신, 계좌 발급 갯수에 대한 제한이 약한 예적금통장을 집중 개설한 후 범죄에 악용한 것이다. 이들 은행 역시 상품에 따라 1인당 3~15개의 통장발급 제한을 두고 있으나 범죄에 활용하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더치트 등 사기범죄 예방 플랫폼은 사기에 사용된 계좌와 명의를 등록해 입금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방식을 쓰는데, 이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다수 계좌를 확보해 '다중피해 범죄 발생 계좌'로 등록을 피했다. 특정 계좌가 발각돼 추적당하더라도 즉각 다른 계좌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나갔다.

은행 고객이 임의로 계좌번호를 바꿀 수 있는 '평생 계좌번호' 서비스 등도 같은 방식의 사기 범죄에 활용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KB국민은행 등도 지난 8월부터 계좌번호 변경 서비스 주기를 월 1회로 축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등을 통해 사기에 이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는 동결하는 등 내부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예적금 신규계좌 개설 제한에 대해서는 은행별로 규정이 상이해 일괄적인 대응은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