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의 핵심 내용은 수능 과목체계 개편이다. 현행대로 응시과목을 유지하는 영어와 한국사 영역을 제외하고 국어와 수학, 사회·과학·직업 탐구영역에서 존재했던 선택과목을 폐지했다는 점에서 통합형 수능 과목체계를 도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사회·과학탐구 영역 또한 선택과목 없이 통합사회, 통합과학으로 응시과목을 한정하고 사회·과학 전반을 다루는 융합 평가로 개선한다는 점에서 융합형 수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교육계가 요구받고 있는 '공정성'을 실현하고 '융합학습'을 촉진하는 적절한 방안이다.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한 현행 수능의 선택과목 체계는 학생 진로와 적성에 맞게 응시과목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그러나 취지와 달리 학생들이 점수 따기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눈치싸움의 대상이 됐다는 비판을 오래전부터 받아왔다. 현행 선택과목 응시체계에서 학생들은 똑같이 100점을 맞아도 과목 난이도 등에 따라 전혀 다른 표준점수를 받게 된다. 이는 결국 대학 선택에도 영향을 주므로 수험생들의 수능에 대한 불만을 키우고, 공정성에 대한 의심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통합형·융합형 수능 체계의 도입은 학생의 응시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함에 대한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제다. 새로운 수능 응시과목 체계는 학생들이 해당 과목에서 학습한 내용을 전반적으로 담아내면서도 동일한 선상에서 평가받도록 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수험생에게 유·불리함에 대한 눈치를 보지 않고 학업에 집중하도록 해 학습 동기 부여라는 시험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게 한다.
2028년 실시하는 통합형·융합형 수능은 융합형 인재 양성 측면에서도 환영할 만하다.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도입 30년이 된 수능이 평가 내용이나 방식 측면에서 사회의 흐름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수능 폐지 또는 수능 자격고사화 등 과격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교육부가 통합형·융합형 수능으로 개편을 결정한 것은 수능 변화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적절하게 반영하면서도 수능의 안정성과 미래 지향성을 고려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미래 사회에는 다양한 지식을 폭넓게 학습하고, 또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지식을 재구성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 통합형 수능 과목의 도입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고3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의 기본적 개념과 핵심적 지식을 폭넓게 배워 진로 선택에 필요한 기초 학습을 튼튼히 할 수 있다. 그리고 융합평가 방식은 학생들이 세부 과목의 분리된 지식의 단편적 기억과 이해 위주의 학습을 넘어 전이 가능성이 높은 지식을 학습해 적용·분석·종합하는 힘을 기르도록 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수능은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함양하도록 하는 융합학습을 촉진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앞으로 교육부는 통합형·융합형 수능이 공정성을 실현하고 융합학습을 촉진하며,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로 안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대입 개편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도록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중 최종 확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 현장과 학생들이 새로운 수능에 적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교원들의 평가역량과 수능 출제위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경남대 명예석좌교수 김성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