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와 기술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지금,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선진국에서는 일자리가 사람을 따라가는 현상, 즉 'Jobs follow people'의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지역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기 힘들어 보인다. 과학기술 역량과 같은 미래 성장 동력과 연계된 지표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지역간 양극화현상이 지역의 장기적 혁신 및 경제발전의 강력한 저해 요소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연구원 수, 연구개발비, 특허출원, 기업부설 연구소 등의 과학기술 역량 관련 지표는 수도권 비중이 65% 내외이며, 기업가치 1000억 원 이상 벤처 투자받은 기업 수 등 일부 지표는 수도권에 80% 이상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 집중은 심화되고 지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과학기술 인재의 수도권 집중화도 우려할 상황이다. 전체 인재의 59.8%, 대학원 이상 이공계 인재의 61.6%가 수도권에 취업하고 있어 지방도시의 미래를 선도할 주요 인재들의 수도권 정착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례로 부산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지난 10년간 부산의 청년인구 비율은 27.3%에서 22.1%로 크게 감소하였는데 이는 25~29세 청년층의 수도권 대량 유출이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산시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과학기술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이는 부산시의 높은 교육 수준과 연구 환경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과학기술 인재의 63.3%, 대학원 이상 인재의 66.5%가 지역 이외에서 취업하는 상황으로, 이와 같이 잠재력 있는 인재의 유출은 지역 발전의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ICT·SW 분야의 인재유출 현상은 지역 내 신산업 창출과 전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과학기술부문 인재 중 전자 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으로 취업하는 인재의 84.2%가,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으로 취업하는 인재의 80.2%가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지방시대위원회를 발족하였으며,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소부장 특화단지, 기회발전특구 등 지방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단순히 대규모 인프라 조성사업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의 전략산업(특화산업) 육성과 연계한 과학기술인재 육성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의 과학기술 인재 유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별, 분야별 특성을 파악해 지역 맞춤형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산업간 유사성이 높은 초광역권 내 인재순환을 촉진하기 위한 지역간 적극적인 정책 협력도 필요하다. 특히 지방정부는 지역산업과 연계성을 토대로 지역과학기술 인재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인재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 과학기술인재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면밀하고 종합적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며, 지역 과학기술 인재의 육성 방안 및 인재 유출입 데이터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지방시대를 맞아 지역의 미래 발전은 지역과학기술 인재의 확보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서용철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원장, 국립부경대 지속가능공학부 교수 suh@pk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