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가 2023년 임금 및 단체 협상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12일부터 파업을 강행한다. 임단협 교섭 관련 기아 노조의 파업은 3년 만이다. 국내 완성차 가운데 유일하게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파업에 돌입하며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진다.
기아 노조는 지난 10일 사측과 진행한 임금 단체 교섭 14차 본교섭에서 사측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같이 결정했다. 노조는 12~13일, 17~19일 각각 총 8시간, 20일에는 총 12시간 파업할 예정이다. 필수근무자 등 외에는 생산 특근도 거부하기로 했다.
노사 견해차가 가장 큰 것은 고용 세습과 정년 연장이다. 기아는 단협 27조 1항에서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장기 근속자(25년 이상)의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측은 이 조항을 개정하는 대신 올해 말까지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해 직원들 노동강도를 줄이는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정년 연장도 교섭 쟁점 사항이다. 사측은 노조가 요구한 정년 만 64세 연장 대신 정년 퇴직자를 최대 1년간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베테랑 제도 근무기간을 1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밖에 노조는 미래 고용확보를 위한 신사업 방안 제시, 역대 최대 실적에 걸맞은 복지제도 확대, 수당 현실화, 주 4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는 부분 파업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아는 글로벌 전체 생산량 가운데 절반 이상(55%)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과거 기아 노조가 8시간 파업 당시 하루 동안 2700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노사는 추가 교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교섭을 진행하는 날은 정상적으로 근무하기로 했다. 추후 교섭일은 16일이 유력하지만, 파업 당일인 12일에도 노사 긴급 교섭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기아를 제외한 현대차,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차, KG모빌리티 등 나머지 완성차는 올해 임단협을 무분규로 마무리 지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