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값은 왜 이렇게 비쌀까'라는 의문을 품고 대학동기 4명이 창업한 와비파커는 고객이 홈페이지에서 안경 5개를 선택하면 무료로 배송해 착용하게 해보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과 시력검사 결과를 입력하면 2주 안에 안경을 보내주는 비즈니스모델로 인기를 끌었다. 와비파커는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으로 미국 평균 안경 가격의 5분의 1 수준으로 제품을 판매했다. 내로라하는 테크기업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2021년 8월 기업가치 7조원을 넘기며 화려하게 상장한 와비파커는 올해 9월말 현재 주가가 상장시보다 77%나 떨어진 상태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창업 후 이어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구조조정을 하고 있지만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신발계의 애플' '세상에서 가장 편한 신발' '실리콘밸리 운동화'로 칭송받은 친환경 신발업체 올버즈의 추락도 심상치 않다. 투자자들과 테크 구루들의 박수를 받으며 2021년 11월 상장한 올버즈는 2023년 9월말 현재 기업가치가 96%나 폭락하면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제품 혁신에는 성공했지만 수익성 개선은 요원한 채 디지털 광고 비용만 늘어날 뿐 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압축 기술을 활용해 기능 손상 없이 소형 냉장고 크기 박스에 들어갈 수 있게 만든 'Bed-in-a-Box'라는 컨셉의 매트리스로 급성장한 캐스퍼는 창업 6년만인 2020년 상장했으나 다음해인 2021년에 상장폐지됐다.
이들 기업은 모두 D2C(Direct To Consumer) 전략의 교과서로 불리며 빠르게 성장해 유니콘기업에 등극했고, 많은 투자자 관심 속에 상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장 후 급전직하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얼마전까지 유통업계의 대세는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D2C였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아 수많은 D2C 스타트업이 탄생했으며, 나이키 같은 유명 브랜드도 아마존이나 ABC마트 등 유통업체에서 벗어나 자사 몰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D2C는 유통업계의 뉴노멀이 됐다. 특히 팬데믹으로 D2C는 가속화됐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D2C 회사들은 고전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치열한 경쟁이다. D2C는 후발기업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소비재 중심으로 전개된다. 안경, 매트리스, 신발, 샴푸, 화장품 등이 대부분이다. 허들이 낮다 보니 잘 나가는 아이템 하나가 발견되면 곧바로 경쟁자가 수없이 생겨난다.
실례로 캐스퍼의 등장 이후 200곳이 넘는 유사 브랜드가 난립했다. 경쟁에 내몰리면 D2C 기업들은 제품군을 확대했다. 올버즈는 속옷·패딩·골프화·골프복을 내놨다. 이불·베개는 물론 수면등과 수면 유도 의료기기 시장에까지 손을 뻗었다. 결국 호응을 얻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온라인광고 등 각종 비용이 늘어난 것도 추락의 원인 중 하나이다. 메타, 구글 애드센스 광고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했는데 광고 단가가 급격하게 올랐으며, 기대했던 구전효과는 미미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끊임없는 혁신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이 탄생한다. 아무리 좋은 사업모델도 견고한 핵심역량 없이는 단기간에 사라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빠른 성장도 중요하지만 차별화된 전략과 수익성이 기본이 되는 비즈니스모델만이 최후의 승자가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캐스퍼는 큰 꿈을 꾸고 있지만, 월가는 오히려 잠에서 깨고 있다. 이 매트리스 회사의 IPO는 수익성 없는 다른 스타트업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알려주는 신호가 될 것이다”라고 논평했다. 스타 기업의 몰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