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대신 준입자 '엑시톤'을 활용하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나노구조물리 연구단의 이영희 단장(성균관대 HCR 석좌교수)팀이 윤석준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 팰로우, 에르민 말릭 독일 필립스-마르버그대 교수팀과 공동연구로 서로 다른 반도체 소재를 적층한 소자에서 '다크 엑시톤(어두운 엑시톤)'을 최초로 감지했다고 12일 밝혔다.
반도체 소재는 전자가 존재할 수 있는 두 개 밴드를 갖는데 전자가 차 있는 아래쪽 밴드를 '가전자대', 전자가 비어있는 위쪽 밴드를 '전도대'라 부른다.
외부 에너지를 받게 되면 가전자대 전자는 전도대로 들뜨게 되고, 전자가 사라진 빈자리를 정공이라 한다. 정공은 전도대로 올라간 전자와 쌍을 이뤄 엑시톤이라는 준입자를 형성한다.
엑시톤은 '밝은 엑시톤'과 '다크 엑시톤' 두 가지로 나뉘는데, 밝은 엑시톤 경우 빛에 흡수돼 쉽게 감지돼 양자점 디스플레이(QLED) 등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
반면 다크 엑시톤은 밝은 엑시톤에 비해 수명이 더 길고 안정적이어서 반도체로 사용하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빛에 흡수가 거의 없어 감지가 어렵다. 그래서 지금까지 단일 소재에서 작동 원리만 규명됐을뿐 실제 반도체 소자 환경과 유사한 여러 소재 적층의 이종접합소자에서는 어떻게 발현되는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진은 전이금속이황화화합물(TMD) 위에 다른 종류의 TMD를 쌓은 TMD 이종접합소자로 레이저 빛을 조사하며 엑시톤 거동을 확인했다.
그 결과 TMD 소재를 쌓는 순서에 따라 다크 엑시톤이 발현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고, 특히 상부 TMD 물질 경우에는 쌓는 순서와 관계없이 항상 다크 엑시톤이 발현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가해준 빛의 세기가 감소할 때 다크 엑시톤이 밝아짐을 밝혀내 빛의 세기에 따른 다크 엑시톤 세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에너지 혹은 색깔을 구분하는 '에너지 필터'와 빛의 세기를 조절하는 '파워 필터'에 다크 엑시톤을 활용해 광대역 태양전지 효율을 개선할 가능성도 열게 됐다.
이영희 단장은 “이종접합 물질에서 처음으로 다크 엑시톤을 발견함에 따라 차세대에 기대하는 파워 및 에너지 필터 기능을 가진 차세대 광반도체 응용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9월 8일 저명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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