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되기 전, 사실이 의견보다 귀하다고 생각했다. 의견은 흔하지만 사실을 알아내기는 어렵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 '흔한 의견'은 나의 짧은 생각과 달리 훨씬 중요했다. 가전제품이나 기업에 대한 고객 평가는 개개인에 따라 다른 '의견'이지만, 제품 구매와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요소였다.
“A사 직원들 완전 불친절합니다.”
최근 한 기업의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을 알리는 기사에 댓글 하나가 달렸다. 댓글을 단 독자는 몇 차례 제품을 체험한 후 구매하지 않았더니 직원이 인상을 썼다고 주장했다. 한 줄을 넘어가는 댓글이 많지 않은데, 네 줄 가까운 분량에는 그의 짜증이 담겨있었다.
나 역시 매장에 가려다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 주말에 찌뿌둥한 몸을 풀기위해 집 근처 가까운 안마의자 체험형 매장을 검색했다. 직원이 불친절하다는 한 건의 리뷰를 보고 방문하기 망설여졌다. 결국 다른 지점을 찾았다.
가전업계의 공통 화두로 '고객 체험 강화'가 꼽힌다. 업계는 MZ의 성지로 꼽히는 성수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제품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체험형 오프라인 매장도 늘린다. 삼성전자는 지난 여름 '삼성 강남'을 열었고, LG전자는 경동시장 내에 '금성전파사'를 운영 중이다. 코웨이 갤러리, 바디프랜드 라운지 등 기업의 색깔을 살린 매장이 곳곳에 포진했다.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더라도 오프라인에서 제품의 차별점과 기능을 보고 느껴야 구매까지 이어진다는 배경에서다.
가전업계는 고객 체험 제공을 넘어 '고객 만족 증대'로 나아가야 한다. 고객이 체험으로 이해도를 높였더라도, 그곳에서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온전히 고객 체험이 강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새로운 기술을 탑재한 제품이 놓여있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매장을 꾸며놓아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직원의 불친절한 태도로 인해 재방문을 꺼리고, 더 나아가 해당 기업 불매로 이어질 수 있다. 댓글과 SNS가 활발한 한국에서는 '단 한 번의 불친절함'을 느낀 경험이 빠르고 조용하게 퍼진다.
친절함의 중요성이 퇴색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직원이 불친절하다면 온라인 비대면으로 제품을 사면 그만이다. 제품 사후서비스(AS)도 마찬가지다. 굳이 사람과 대면해 얼굴 붉히지 않아도 기업이 운영하는 챗봇에게 언제든 물어볼 수 있다. 때로는 AI 상담원이 낫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가전업계에서 고객의 마음을 잡는 일은 중요하다. 좋은 제품을 체험하는 일이 고객의 만족스러운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 직원의 섬세함이 필요하다. 한차례 매장을 찾아오게 만드는 것을 넘어 재방문 의사, 주변에 이곳을 추천하고 싶은지 고객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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