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밴드' 부활, 꼴찌→우승 '대역전극'…"무한한 영광"

'불꽃밴드' 부활, 꼴찌→우승 '대역전극'…"무한한 영광"

밴드 음악 마니아들을 다시 타오르게 만들었던 ‘불꽃밴드’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매회 ‘귀호강’ 라이브를 선사했던 레전드 밴드들 중 최종 우승은 부활이 차지해, 마지막까지 감동의 대역전극을 써내려가 깊은 여운을 안겼다.

지난 12일 MBN ‘불꽃밴드’ 최종회가 방송됐다. 앞서 탈락한 권인하밴드를 포함, 사랑과 평화, 전인권밴드, 이치현과 벗님들, 다섯손가락, 부활, 김종서밴드 등 레전드 밴드 7팀은 1라운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노래’부터 컬래버레이션, 노래 뺏기, 스페셜 땡스 투, 밴드X밴드 컬래버레이션 등 진정성 가득한 경연을 펼치며, 대한민국에 밴드 음악의 열기를 다시금 불지폈다.



이날 3개월의 여정 끝 우승 밴드를 가리는 무대에 선 ‘레전드 밴드’ 6팀은 ‘파이널 라운드’ 2차전 경연에 돌입했다. ‘파이널 라운드’ 1차전까지, ‘누적 득표수’ 순위로는 부활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그 뒤를 사랑과 평화, 다섯손가락, 이치현과 벗님들, 전인권밴드, 김종서밴드가 이어받았다. 대망의 파이널 라운드 2차전 주제는 ‘2023 우리 밴드가 부르고 싶은 노래’로, 최대 득표수가 무려 500표여서 6위도 ‘막판 뒤집기’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밴드는 이치현과 벗님들. 이들은 “저희들이 좋아하는 곡을 준비했다”면서 “과거 힘들었던 시절, 숨구멍을 트이게 해 준 소극장 공연과 이 곡을 오랜 팬들이 유독 좋아해주셨다”고 밝힌 뒤, ‘다 가기 전에’를 불렀다. 옛 추억을 꺼내든 이치현과 벗님들은 가을밤에 잘 어울리는 노래로 서정적이면서도 특유의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파했다. 모든 경연을 마무리한 뒤, 이치현과 벗님들은 “많은 보람을 느끼는 3개월이었다”며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며 음악을 하고 있다”고 팀을 향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음으로, “노래를 하는 게 즐겁다. 죽을 때까지 노래하는 게 꿈”이라는 전인권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불꽃밴드’ 내내 “다시”를 입에 달고 살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전인권은 “정성을 많이 쏟았다. 우리들의 연주와 노래가 새 비상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는 1위를 하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낸 전인권밴드는 ‘돌고, 돌고, 돌고’를 선곡, 뜨거운 무대를 선사했다. ‘다시 돌고’를 무한 반복,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무대에 관객들은 ‘전인권’을 외치며 환호했다. 무대 후, 전인권은 “‘불꽃밴드’ 하면서 나이를 떠나 음악을 좀 더 깊게 파보자고 느꼈다”며 “이곳에 여행하러 왔고, 여행 끝내고 돌아간다”고 소회를 밝혀 열띤 박수를 받았다.

세 번째는 경연 초반 부진한 성적을 기록, 격변의 시기를 보내다 상위권으로 상승한 다섯손가락의 순서였다. 이태윤(베이스)은 “우리는 음악만 하기 위해서 모인 집단이 아니다”라고 강조, “친구들이 모여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끈끈한 우정을 다지게 됐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다섯 친구들이 마지막으로 택한 곡은 ‘이층에서 본 거리’로, 그간 다섯손가락이 보여준 소프트한 분위기보다 거칠고 야성적인 느낌을 자아냈다. 특히 ‘비장의 무기’로 합창단이 동원돼 더욱 풍성한 사운드가 완성됐고, 이두헌은 기타줄이 끊어질 정도로 혼신을 다한 연주를 선보였다. 모두의 감탄을 자아낸 무대 후 임형순은 “밴드 음악이 유행이 아니라 이 기획이 쉽지 않았을 텐데, ‘불꽃밴드’를 계기로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밴드 음악의 부흥을 염원했다.

매 경연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사랑과 평화가 네 번째 주자였다. 열렬한 환호 속에 입장한 사랑과 평화는 마지막까지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은 “모든 팀과 정 들어서 우린 동지다”라는 생각으로 골랐다는 8집 수록곡 ‘함께 가야 해’를 불렀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곡이 아님에도 이철호는 노련한 무대 매너로 후렴을 따라 부르게 만들면서 모두가 하나 된 무대를 만들었다. 무엇보다 사랑화 평화는 ‘불꽃밴드’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은 바. 이에 대해 이철호는 “옛날 사랑과 평화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게끔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밴드 음악 더 열심히 하겠다”고 꺼지지 않을 불꽃을 예고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경연 초반 하위권을 전전했지만, 현재까지 누적득표수 1위에 올라서며 드라마를 쓰고 있는 부활이 다섯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부활이 마지막 무대에 택한 곡은 ‘회상3’로, 김태원이 아내를 위해 선물한 곡이다. 이날 부활은 대중에게 이승철이 부른 ‘마지막 콘서트’로 잘 알려진 이 곡을 원곡 그대로의 느낌으로 되살렸다. 김태원도 보컬에 가세, 가창력으로는 따질 수 없는 호소력으로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아울러, 부활은 리더 김태원에 대한 각별한 고마움을 내비쳐 모두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멤버들은 “(김태원) 형이 작곡한 곡을 노래할 수 있어 행복했다”, “형이 만들어 놓은 길을 전 걷기만 하고 있다”라며 진심을 전했다. 김태원 역시 “넷이서 끝까지 가기로 했다. 두고 봐라. 약속을 지키겠다”고 화답했다. 끝으로 박완규는 “후배들이 앞길도 막막하고 생활도 힘들어서 음악을 그만두고 있는데, 이 ‘불꽃밴드’가 얼마난 큰 힘이 됐는지”라며 “이곳에서 밴드 음악을 할 수 있던 우리 부활 모두 행복했다”고 의미 있는 소감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김종서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경연 내내 하위권을 기록했지만, ‘로큰롤 정신’으로 지치지 않고 반등의 기회를 노렸던 김종서는 “(하위권을 하다 보니) 연습도 더 하게 되고, 우리 밴드 관계도 더 돈독해졌다”며 밝게 웃었다. 이들은 마지막인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겨울비’를 더 끈적하고 따뜻하게 편곡해 들려줬다. 관객들은 휴대폰 플래시와 함께 떼창으로 호응했고, 김종서는 벅차오른 감정을 내비치며 “여러분들이 이 무대를 만든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모든 경연이 끝난 뒤, 우승 밴드를 가리기 위해 6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다섯 번의 본선 라운드와 1, 2차 파이널 득표수를 합산한 최종 득표수 1위는 부활이 차지했다. 꼴찌에서 우승 팀이 되는 대역전극을 쓴 부활의 김태원은 “무한한 영광이다. 선배님들을 흉내 내면서 저희도 다음 후배들을 위해 용기 주는 팀이 되도록 하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박완규는 ‘불꽃밴드’ 촬영장에서 대선배인 이철호와 전인권이 목을 푸는 모습을 보며 “음악하고 있구나를 느꼈다”며 “태원이 형, 부활 받아줘서 감사하다”고 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끝으로 공개된 최종 2위는 사랑과 평화였다. 다섯손가락은 이날 ‘파이널 라운드’ 2차전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누적득표수는 3위를 차지했으며, 전인권밴드가 4위를, 이치현과 벗님들이 5위를 기록했다. 김종서밴드는 최종 6위가 됐지만, 이번 경연은 2위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의미 깊은 마무리를 지었다.

레전드 밴드들의 뜨거운 열정에 함께 불타올랐던 3개월의 대장정이 막을 내렸다. 도전 자체로 의미 깊었던 여정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MC 김구라와 배성재는 “2023년 잊혀졌던 밴드 음악의 매력을 다시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시작했다.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 ‘불꽃밴드’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프로그램은 막을 내렸지만 다시금 불을 붙인 밴드들의 음악은 ‘현재 진행형’으로, 영원히 타오를 ‘불꽃밴드’들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이준수 기자 (juns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