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경험 열어젖힌 '메타 퀘스트3'...쓴듯 안 쓴듯 일상·업무 쾌적

12일 전자신문 사옥에서 본지 기자가 메타 퀘스트3를 착용한 상태로 MR 기능을 시연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12일 전자신문 사옥에서 본지 기자가 메타 퀘스트3를 착용한 상태로 MR 기능을 시연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

눈 앞의 허공에 기사를 작성 중이던 노트북 화면이 창 형태로 널찍하게 나타났다. 지나가던 동료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걸 땐 손가락으로 창을 집어 옆으로 치우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얼굴에 쓰고 있는 '메타 퀘스트3'를 굳이 벗을 필요도 없었다. 실시간으로 외부 환경을 3D 렌더링한 패스쓰루(투시) 기능은 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큰 불편 없이 외부와 소통이 가능했다.

SK텔레콤이 10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 차세대 혼합현실(MR) 기기 '메타 퀘스트3'는 전작 대비 40% 이상 줄어든 부피와 높은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돋보였다. 장시간 착용하며 업무를 보거나 일상 생활을 즐기는데 무리가 없게 느껴진다. 현실공간 위에 가상 오브젝트를 덧씌운 복합현실은 몰입형 콘텐츠 감상을 넘어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도구로써 높은 활용도를 체감하게 했다.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해 다양한 업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메타 퀘스트3 패스쓰루 화면
메타 퀘스트3 패스쓰루 화면

메타 퀘스트3는 기기 넘어 바깥 세상을 흑백으로 보여줬던 전작과 달리 풀컬러로 선명하게 나타난다. 200% 이상 개선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 4.2K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바탕으로 최고의 몰입감과 이질감 없는 외부 소통 환경을 손쉽게 오갈 수 있다. PC 화면을 메타 퀘스트3 속 혼합현실 공간에 창 형태로 미러링하거나 전용 브라우저로 웹서핑을 지원한다. 우주공간이나 숲 속을 배경으로 설정, 몰입형 환경에서 집중하다가도 언제든 패스쓰루로 전환 가능하다.

메타스토어에 입점한 컴투스로카 '다크스워드'와 스토익엔터테인먼트 '월드워툰즈: 탱크 아레나' 등 가상현실(VR) 게임도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었다. 눈 앞 쪽으로 자리한 렌즈 부분 두께를 줄여 무게중심을 개선한 덕에 격한 움직임에도 안정적 착용감을 느낄 수 있다. 안 쪽 공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해 안경을 쓴 상태로 착용해도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메타 퀘스트3 몰입형 경험 화면
메타 퀘스트3 몰입형 경험 화면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하는 분야는 MR 게임과 앱이다. 기본 탑재된 '퍼스트 인카운터'는 귀여운 털뭉치 모양 외계인을 총으로 잡는 간단한 게임이지만 렌더링 처리된 현실 세계 주변 공간 위에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소 아쉬운 점은 MR 공간을 완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앱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제 막 기기가 출시된 만큼 새로운 MR 인터페이스가 십분 반영된 새로운 앱 생태계 구축이 요구된다. 다만 유니티 등 게임엔진이 기존 앱·게임을 MR 환경에 맞춰 이식하는 기능과 네이티브 MR 앱 개발을 위한 솔루션을 선보인 만큼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SK텔레콤 '이프랜드'와 같은 메타버스 서비스나 다양한 통신 기술을 접목한 클라우드 게이밍 등에도 활발한 접목이 기대된다. 하드웨어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국내외 앱·게임 개발사의 적극적인 MR 시장 참전 러시가 이어질 전망이다.

메타 퀘스트3는 애플이 내년 출시 예정인 '비전프로'보다 한발 앞서 69만원이라는 합리적 가격과 대폭 개선된 성능으로 MR 시대 포문을 열었다. 일상과 업무에 MR 기술이 보편적으로 스며들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