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습득력이 높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중국 업체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중국 CSOT가 일본 JOLED의 설비 확보에 나섰다는 기사에 대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반응 중 하나다. 이른바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다.
차이나 포비아 배경은 액정표시장치(LCD) 산업 패권을 중국에 내준 점이 크다. 중국이 LCD 산업을 장악하고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국가가 되면서, OLED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경계가 극도로 높아졌다.
'디스플레이의 날'에도 중국 OLED 부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호영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협회장은 “경쟁국도 향후 2~3년 내 현재 우리 기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LCD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OLED 기술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OLED 분야에서는 한국 디스플레이가 여전히 1위지만, 중국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저가 공세를 이어가면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출하량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불과 2년 뒤인 2025년이면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중국이 출하량 기준 54.8%를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은 한국이 양적·질적 모두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최소 양적인 측면에서 조만간 중국에 따라 잡힐 것이란 전망이다.
취재 차 만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에 비해 공격적인 투자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배터리 등 다른 국가첨단전략산업과 비교에서도 산업이 위축됐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과감하게 8.6세대 정보기술(IT)용 OLED 투자를 감행하는 것과 같이, 업계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
일례로 가파른 성장세로 2042년부터 주력 디스플레이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고, 이를 위한 체계적인 기술 확보 및 시장 공략 마스터 플랜을 갖춰야 한다. 또 OLED 패권 유지를 위한 투자와 응용처 발굴이 지속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역할도 빠질 수 없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대한 기술개발과 고급인력 확보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차이나 포비아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경쟁에서 이겼을 때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붙는 것이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