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인공지능(AI) 특화 반도체 등 대(對) 중국 추가 규제 움직임에 대해 중국 정부가 기술의 정치화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대응했다. 반도체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미국은 무역과 기술 문제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해 글로벌 산업과 공급망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중국 정부는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자국 권리와 이익을 확고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국 내 더 많은 AI반도체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추가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동향에 대한 논평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 등 자국 반도체 기업들이 정부 규제를 우회, 반도체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대중국 규제는 자국 반도체와 장비가 중국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억제 조치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중국 기업을 억압하기 위해 수출 통제를 남용한다고 지적한다.
추가 규제 대상은 엔비디아 H800과 같이 기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우회하는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규제에 해당되는 첨단 AI반도체로 분류되는 H100보다 스펙을 낮춰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H800을 개발, 중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미국이 낮은 스펙의 AI반도체도 대중국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하면 중국 기업의 AI 서비스 개발과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 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기업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중국 압박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1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 카드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18일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정상회담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정호 KAIST 교수는 “미국은 기술력이 있지만 전문인력이 부족한 문제에 직면했고 중국은 충분한 인력과 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가 있다”며 “양국 모두 세계 패권을 위해 반도체 경쟁에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으로 상호 규제와 제약을 두는 행태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