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보급형EV와 보급형 배터리의 공생

기아가 새로운 보급형 전기차 EV3·4·5 풀라인업을 갖추고 시장 공략에 나선다. 앞서 출시한 대형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의 초반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준중형 SUV EV5, 소형 SUV EV3, 세단 EV4가 국내 경기 침체에 따른 전기차 수요 둔화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

EV3·4·5는 3000만~4000만원대 보급형 전기차다. 특히 먼저 선보인 EV5는 기존 보다 가격이 낮은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해 눈길을 끈다. 주행 거리와 직결되는 에너지 밀도를 높여 LFP 배터리 탑재 차량의 단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LFP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의 주류인 니켈 기반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가격은 낮지만 성능 측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업계는 보급형 전기차 성공 요건 중 하나로 국내 배터리 생태계 확산을 꼽는다. 기존과 다른 생태계 전략이다.

기아가 EV5에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한 것은 비슷한 가격과 전기차 탑재 실적을 보유한 한국산 LFP 배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추후 보급형 전기차용 LFP 배터리 수급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면 한국 배터리 관련 기업을 모아 또다른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17일 내놓은 국가별 전기차 정책 현황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징벌적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원자재 등 불공정 보조금 가능성을 폭넓게 검토하고 표준 세율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할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반독점 조사, 보조금 정책 개편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미국 포드가 LFP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CATL과의 합작사 설립을 중단한 것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가 LFP 배터리를 포함한 생태계 전략을 새로 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가 소비자에게 LFP 배터리 기반 보급형 전기차를 보다 많이 제공하려면 국내 배터리 기업과의 공동 개발·양산 협력을 확대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는 지금과 다른 전략 수립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 완성차 기업이 보급형 전기차에 한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세계 시장 보급형 전기차 열풍에 대응하길 기대한다. 그래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변화과정에서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만들 수 있다.

[ET톡]보급형EV와 보급형 배터리의 공생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