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진화 속도는 현대사회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우리 사회 발전 방향과 목표가 이동통신 발전 과정에 깊이 연계돼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4세대 이동통신(4G)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데 목표를 뒀다. 정보 생성과 순환의 속도가 놀랍도록 빨라지고 사람과 집단간 연결 양상이 크게 변화했다. 5G는 단지 속도에 머물지 않고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인터넷,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그렇다면 6G가 목표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의 제약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만약 당신이 수십㎞ 떨어진 상공의 여객기, 망망대해의 크루즈선, 사막 한가운데 위치해 있을지라도 라이브 스트리밍, 영상통화 등 통신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지구 어디에서든 접속가능한 이러한 이동통신 서비스 핵심에는 저궤도(LEO) 위성통신 기술이 있다.
LEO 위성통신 위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일론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스타링크의 LEO통신 시스템은 전쟁의 양상과 전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스타링크는 고도 600㎞ 이내에 4000개 이상 LEO 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향후 2만개 이상 LEO 위성을 연계시켜 지구 전역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마존 역시 '프로젝트 카이퍼'를 통해 3200대 LEO 위성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 원웹은 600여개 LEO 위성 기반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동통신 3사가 5G 지상망과 LEO 위성 통신망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며 6G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위성을 통해 도심항공교통(UAM), 육상 모빌리티 등 다양한 교통 수단을 연계해 단일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서비스(MaaS)'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단말기 업체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14 시리즈부터 긴급 위성통신 기능을 탑재했다. 퀄컴도 LEO 위성을 통해 긴급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능을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화웨이도 LEO 위성통신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5G 기술 기반 LEO 위성통신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현재 LEO 위성통신 분야에 대한 국내 기반 기술과 주변 기술 산업은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내 회사는 삼성전자와 한화시스템, 위성 안테나 제조사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위성시스템 수출기업 쎄트렉아이 정도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는 LEO 위성통신 기반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아 실험 또는 운용을 하려면 외국 위성통신사업자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6G 시대에도 대한민국이 이동통신 기술 강국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장담하기 어렵다.
우리가 이동통신 강자의 면모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LEO 위성통신 관련 기술에 대한 선제적 확보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한국 자체 LEO 위성을 이용한 우주 인터넷망 구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위성 인터넷망 구축은 단순히 이동통신 산업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산업에 새로운 차원의 발전과 연계돼 있다. 당연히 정부의 적극적이고 대대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위성통신 시스템을 제대로 운영하는 데에는 위성을 만들고 쏘아 올리는 것 못지 않게 우주에서 위성 위치를 정하고 주파수를 확보하는 일 또한 매우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일이다. 다행히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위성통신 활성화 전략'을 발표하고, LEO 위성통신 관련 연구 방향성을 제시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계획이 잘 진행돼 대한민국이 6G LEO 위성 통신에서도 글로벌 선도 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홍대식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daesikh@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