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이 11번가 인수를 위한 실사에 돌입했다. 앞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티·메·파크)를 인수한 큐텐이 11번가까지 인수할 경우 국내 e커머스 업계 3위권까지 오르게 된다. 협상 결과에 따라 시장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SK스퀘어와 11번가 인수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큐텐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최근 11번가에 대한 실사에 착수했다.
큐텐의 11번가 인수설은 수개월 전부터 꾸준히 흘러나왔다. 최근 큐텐이 지분 스왑에 현금을 얹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제시한 현금은 최소 5000억원 이상이다. 사모펀드 코스톤아시아,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큐텐이 11번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티·메·파크에 이어 4번째 국내 e커머스 인수가 된다. 첫 번째 티몬 인수 시점이 지난해 10월 임을 감안하면 빠른 속도다. 규모 측면에서도 지난 2021년 이마트의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 인수 이후 최대 빅딜이 될 전망이다.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11번가 점유율은 7.0%로 쿠팡·네이버·신세계(지마켓·SSG닷컴)에 이어 4위다. 6~8위권인 티·메·파크 점유율 합산치보다 높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신세계를 제치고 국내 e커머스 시장 3위권에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픈마켓으로 시장을 한정할 경우 4사 합산 점유율은 21%를 상회한다. 점유율 15.9%의 쿠팡을 제치고 2위까지 오를 수 있다. 쿠팡·네이버 2강 체제로 굳어진 e커머스 판도를 흔들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큐텐이 국내 e커머스를 끌어 모으는 것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와 관련이 있다. 큐텐은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심사를 받고 있다. 앞서 큐텐은 티·메·파크 인수 당시에도 나스닥 상장을 노리는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을 스왑하는 방식으로 적극 활용한 바 있다.
큐익스프레스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강점인 크로스보더(직구·역직구)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 기반을 둔 큐텐에게는 해외 수요가 높은 국내 역직구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셀러 확보가 중요하다.
다만 우려 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큐텐이 불과 1년 사이 4개의 e커머스 인수를 급하게 추진하면서 재무건전성이 우려스럽다는 시각이 많다. 앞서 인수한 티·메·파크와 같이 11번가 또한 지난해 영업손실만 1515억원을 기록한 적자 기업인 점도 부담이다. 비슷한 오픈마켓 사업자 4사의 시너지 창출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큐텐은 국내 시장은 물론 글로벌 크로스보더 시너지까지 계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네이버·쿠팡·신세계 3강 체제로 굳어진 국내 e커머스 판도에 변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
민경하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