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리서치가 반도체 장비에 인공지능(AI)·머신러닝 기능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설비를 지능화하면 제조공정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가상 환경에서 반도체 공정을 개발하면 비용을 기존 대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램리서치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회사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도 AI 및 가상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새생크 데시무크 램리서치 식각제품그룹 부사장은 18일 '전자신문 테크서밋 2023'에서 “반도체 공정에서 수익성을 높이고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장비 혁신, 세미버스(Semiverse·반도체와 메타버스 합성어) 솔루션, 가상 프로세스 개발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칩을 만드는 칩-혁신 소용돌이를 가속화하는 가상화·디지털 트윈·머신러닝'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장비 혁신은 설비에 부착된 센서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 유지보수 기능을 자동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램리서치의 자가인식 장비는 부품 제조 시점과 수명에 대한 데이터를 파악한 뒤 소모품 교체 주기를 자동으로 계산한다. 장비 가동을 중단할 필요 없이 교체 작업도 자동화해 반도체 공정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데시무크 부사장은 “AI와 빅데이터, 알고리즘 등을 통합적으로 활용해 장비 지능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식각·증착·세정공정에서 시간을 최적화하고 정교함을 높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램리서치의 세미버스 솔루션은 반도체 생태계에 메타버스 개념을 융합한 것이다. 가상공간에 현실과 동일한 대상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장비에 탑재된 부품과 수명주기 등 모든 정보를 연결한다. 디지털화가 이뤄지면 리소스를 최소화해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다.
데시무크 부사장은 “증강현실(AR) 글래스로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는 인력과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엔지니어가 실시간으로 원격 소통하면 유용하고 효율적”이라며 “앞으로 장비 트레이닝과 부품 설치, 문제 해결 방법 등을 AR 환경에서 논의하는 게 빈번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상 프로세스 개발은 복잡다단한 반도체 공정 설계 과정에서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다. 모든 개발 공정을 직접 수행하는 게 아니라 가상 프로세스로 재현,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램리서치는 반도체 공정 엔지니어가 차세대 칩을 설계할 때 80번의 실험 과정에 약 15만 달러가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머신러닝을 도입한 알고리즘을 활용했을 때는 개발 비용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비용 부담을 완화, 연구개발(R&D)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데시무크 부사장은 “램리서치가 알고리즘·머신러닝 툴을 개발해 장비에 적용하면 고객사는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반도체를 만들고, 개발된 칩은 차세대 컴퓨터 제작에 활용될 것”며 “이같은 혁신의 소용돌이는 반도체 산업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