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년 전통의 독일 과학기술기업 머크가 반도체 전구체(프리커서) 개발에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기술 적용을 제안했다. 화학 반응에 참여하는 물질이란 뜻의 전구체는 반도체를 만드는데 필수지만, 적합한 물질을 찾고 개발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AI와 ML는 전구체 개발 속도를 대폭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임진묵 한국머크 대전 연구개발(R&D)센터장은 18일 개최된 '테크서밋 2023'에서 반도체 전구체 개발의 어려움을 짚으며 이를 극복할 방법론을 제시했다. 임 센터장은 17년 이상 전구체를 연구한 전문가다. 엠케미칼(옛 메카로 화학사업부)이 올해 초 머크에 인수되면서 한국머크에 합류, 대전 R&D센터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 전구체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한 임 센터장은 “최근 머크는 반도체 전구체를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AI 및 ML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하고 있다”며 “전통적 반도체 전구체 기술 확보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전구체는 알루미늄·지르코늄·하프늄 등 메탈 계열의 원소를 중심으로 산소·질소·탄소 등 배위자(리간드)가 주변에 결합된 형태로 구성된다. 반도체 성능을 끌어올리고 공정에 최적화 하려면 새로운 물질(원소)를 찾아 결합하는 등 차세대 전구체 개발이 필수다.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알루미늄 혹은 지르코늄 전구체가 하프늄 기반으로 전환되는 것이 대표 사례다.
임 센터장은 “제한된 원소 안에서 전구체에 적합한 휘발성, 높은 화학 반응성, 내열성 등 성질을 가진 물질을 찾기 어렵다”며 “또 물질을 서로 결합시킬 방법(툴)을 찾는 것도 업계가 직면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머크는 이같은 한계를 AI와 ML로 돌파하려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존 신물질 발굴과 개발은 전적으로 사람의 노력에 좌우됐지만, AI와 ML로는 방대한 물질 데이터베이스(DB)를 검색하고 R&D에 적용하는데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직접 실험해야했던 개발 과정도 시뮬레이션으로 전환, R&D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 AI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 뿐만 아니라 소재 개발에도 AI가 경쟁력을 가르는 차별 요소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 센터장은 “연구자들이 전구체를 개발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I와 ML은 차세대 전구체 개발 뿐 아니라 전구체가 쓰이는 공정 기술에도 변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반도체 전구체는 대부분 기상 증착 방식으로 활용돼 왔다. 반도체 장비 챔버 내 전구체가 가스 등과 반응해 웨이퍼에 증착되는 방식이다. AI와 ML로 연구 속도를 높이면 새로운 공정 방법과 기술도 고도화 할수 있다고 임 센터장은 전망했다.
그는 “최근 머크도 AI와 ML 기술을 적용, 전구체를 다루는 원자층증착방식(ALD) 장비에서 쓸 수 있는 용기도 새로 개발했다”며 “AI와 ML을 활용하면 반도체 개발과 활용의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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