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창업자가 겪은 문제 인식을 기반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비즈니스 모델로 정교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제품 또는 서비스가 시장에 적합한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 데, 이를 PMF(Product Market Fit) 검증이라고 한다. 기업이 일차적으로 시장적합성 검증을 끝나게 되면 본격적인 홍보, 마케팅 활동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성장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어떤 기업은 니치마켓에 들어가 처음부터 블루오션의 혜택을 누리기도 하고 어떤 기업은 치열한 경쟁 환경의 레드오션에서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
레드오션에 놓여진 기업들은 처음부터 어려운 길을 걷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 시장에서도 혁신을 통해 고객 가치를 극대화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라민 은행은 세계적으로 30억명 이상 인구가 매일 몇 달러로 살아가는 빈곤층임을 발견하고, 포화된 대출 시장에서 이들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대출 시장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소액금융 시장을 열었다.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탁은 화물 트럭의 방수포, 자동차의 안전벨트, 버려진 천막을 재활용해 가방을 생산하는 대표적 업사이클 사례로 손꼽히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이미 레드오션이라 여겨지는 핸드백, 가방 시장에서 ESG, 환경친화적 브랜드와 같은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선택을 받았다. 이처럼 어떠한 시장 환경에 놓여졌기 때문에 처음부터 유리하거나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다른 경쟁 기업을 뛰어넘는 가치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펼치면 될까.
이와 관련, 스타트업은 블루오션 전략에서 많이 쓰는 모델 중 ERRC라는 행동 프레임워크를 대입해 보면 좋다. ERRC는 E(Eliminate)는 '제거하다'를, R(Raise)는 '증가하다'를, R(Reduce)는 '감소하다'를, C(Create)은 '창조하다'를 의미한다. 기업이 혁신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태를 분석하고 증가, 감소할 요인은 무엇인지 새롭게 만들고 제거해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 분석해 보는 것이다.
씨엔티테크를 예로 들자면, 필자 회사는 2003년 푸드테크 기업으로 시작해 다양한 기술기반 사업을 전개하다가 2012년 액셀러레이팅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액셀러레이팅 사업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360개 투자 포트폴리오를 돌파했고 연간 최다 투자기록, 연간 최다 팁스 추천 성공 기록을 가지고 있다. 사업의 기반은 푸드테크에서 출발했지만, 현재 액셀러레이팅 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ERRC 프레임워크에 대입해 보면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우선, 필자 회사에서 제거(E)한 요소는 해외사업부, 해외키오스크, 제조 유통 부문이다. 그리고 증가(R)한 요소는 액셀러레이팅 사업부와 펀드 갯수와 규모, 보육프로그램 수, 팁스 매칭 건수다. 감소(R)한 부분은 기존의 플랫폼 부서 규모, 해외 소프트웨어(SW) 개발 부서이며, 마지막으로 새롭게 창조해낸 부문은 기업 유튜브 채널로, 스타트업을 알리는 '스타트업 모닝커피'와 더불어 실시간 온라인 IR을 진행한 부분 그리고 스타트업 가치평가를 위한 SW를 개발한 것이다.
이처럼 ERRC 모형에 대입해 회사의 현황을 분석해 보면 회사의 현재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혁신을 이룰 수 있을 지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 기업은 '혁신'을 떠올리거나 블루오션 전략을 이야기하면 '무엇을 새로 만들 것인가'에만 몰입해 창조에 대한 부분만 고민한다. 그러나 기존 사업의 문제는 없는지, 내부에 혁신을 통해 제거하거나 감소해야 할 요소는 없는지를 함께 찾아가는 과정도 중요하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