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개 국립대병원을 지역 필수의료 중추로 육성해 수도권 의료 쏠림 현상을 막고, 지역에서 중증질환 치료를 완결하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중증·응급진료에 대한 공공정책수가를 인상하고, 필수 분야 교수 정원과 의대정원을 확대하는 등 필수의료 체계를 전방위로 손보기로 했다.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이같은 방안을 담은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서울대·충북대 총장, 10개 국립대 병원장, 의료진, 소비자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국립대병원을 필수 의료체계 중추로 육성하고 재정을 투입해 중증질환 치료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 또 “속도감 있게 나아가면서 유관 분야와 소통해야 가장 국민에게 유리한 방안이 나온다”며 빠른 정책 실행을 주문했다.
복지부는 국립대병원 등 거점기관과 지역·필수의료 혁신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해 구체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날 전략회의 핵심은 전국 17개 국립대병원을 '의료혁신 거점'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국립대병원을 필수의료 중추이자 보건의료 연구개발 혁신, 인력 양성·공급 원천으로 삼아 소위 '빅5 병원' 수준으로 키우겠다는게 정부 의지다.
대통령실은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 소관 부처를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키로 했다.
또 낮은 수가와 급여 문제로 지역 의료진 이탈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정책 수가 인상을 추진한다. 국립대병원에 중환자실, 응급실 병상·인력 비용을 지원한다. 사회 필요도가 높지만 수익성은 낮은 외상·분만 등 필수의료센터에 대한 보상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그동안 발표해온 수가 지원책에 더해 앞으로 발표할 지원을 합치면 연간 1조원 규모의 추가 수가 지원이 가능해진다”며 “필요하면 추가로 강력한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분야 교수 정원은 대폭 확대를 추진한다. 그동안 총인건비, 정원 관리 등의 규제로 국립대병원 인력 확충이 어려웠다.
실제로 국립대병원 총인건비는 연간 1~2% 수준 인상에 그쳐왔다. 민간·사립대병원과 보수 격차가 벌어지면서 인력 유출 현상이 극에 달한 상태다. 기재부·행안부 심의를 거치는 정원 심의는 작년 증원요청이 4799명이었으나 실제 승인은 1735명으로 승인률 36.9%에 그쳤다.
의료분쟁 가능성이 높은 필수의료 진료를 기피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의료인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정부는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부담을 70%에서 100%로 상향하는 '의료분쟁법'을 오는 12월 시행한다. 또 현재 산모사망(3000만원), 신생아 사망(2000만원), 태아사망(1500만원)으로 책정된 보상금액을 실효성 있게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의료계에서 주장해온 필수의료 종사자의 민·형사상 부담 완화도 추진한다. 의료인 형사처벌특례 범위를 확대하고 '(가칭)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필수의료 분야 의료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외에 지역 병의원이 필수의료 제공에 주력할 수 있도록 역할 정립과 지원을 강화하는 건강보험시범사업, 전문병원 중심 협력진료 모델 확산도 추진한다.
초미의 관심사인 의대정원 확대는 아직 구체 규모, 일정, 방식을 수립하지 못했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릴 방침이지만 증원 규모는 검토 중이다. 현재 의대 정원은 2006년 3058명으로 정해진 후 18년 동안 고정돼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 인력 확충과 인재 양성은 필요 조건”이라며 의대정원 확대에 재차 힘을 실었다. 의과학 분야 육성을 위한 의료인 양성도 강조했다.
정부는 지방국립대 의대와 정원 규모가 작은 지방의 '미니 의대' 중심으로 정원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의사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의학전문대학원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의대정원 확대 구체 방안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의료계와 협의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